2020시즌 NC전에서 홈런을 치는 이대호. FA 자격을 얻은 그가 롯데와 어떤 계약을 맺을지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 연합뉴스

2021년 연초 프로야구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이슈 중 하나가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의 계약이다.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 살이 된 이대호는 4년 150억원의 계약을 끝내고 2021시즌을 앞두고 다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왔다.

이대호를 다른 팀이 보상 선수 없이 데려가려면 보상금만 작년 연봉의 2배인 50억원을 줘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적은 불가능하다. 이번 협상이 사실상의 잔류 협상인 이유다.

롯데와 이대호는 아직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일단은 양측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도 ‘동상이몽’일 가능성이 크다.

팬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4년 150억원으로 프랜차이즈 스타 대우는 이미 충분히 해줬다. 이제는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고, ‘팀의 상징적인 선수이니 자존심을 세워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대호가 지난 4년간 150억원의 몸값에 걸맞은 활약은 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대호의 4년간 타격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총합은 10.33이다. 이대호가 가져다준 1승에 14억5000만원쯤의 비용이 들었다는 얘기다.

2020시즌 기준 FA시장에서 WAR 1승의 가치는 5억원쯤 된다. 롯데는 3배가량의 비용을 더 지불한 셈이다. 참고로 지난 시즌 연봉 4000만원을 받은 롯데 오윤석의 WAR이 1.31로 이대호(1.01)보다 높았다. 롯데는 지난 4년간 ‘가을야구’를 2017년, 딱 한 번 경험했다.

클래식 스탯으로 보면 이대호는 작년 나름 알찬 한 해를 보냈다.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2, 20홈런 110타점을 기록했다. 홈런(16개)과 타점(88점)에서 지난 시즌보다 수치가 훌쩍 올라갔다. 올 시즌 리그 타점 8위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WAR처럼 세부적인 스탯으로 들어가면 가치가 떨어진다. 일부 팬들은 올 시즌 성적이 이대호가 4번 타자로 꾸준히 나와서 가능할 수 있었던 성적이라고 주장한다. 즉 타순이 달랐다면 그만큼 타점도 생산하지 못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대호의 계약에 앞서 비교 자료로 자주 언급되는 계약이 있다. 바로 레전드급 선수들인 이승엽과 박용택, 김태균의 마지막 FA 계약이다. 이번 협상의 기준이 될 수도 있는 기록들이다. 넷의 상황을 비교해 보자.

2017년 8월 은퇴투어 당시 이승엽의 모습. / 연합뉴스

이승엽

2015시즌 성적

타율 0.332, OPS 0.949, 26홈런 90타점, WAR 3.14, wRC+ 140.4

2016시즌 40세

2016~2017시즌 2년 총액 36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10억원)

박용택은 LG와 세 차례 FA 계약을 맺었다. 작년 2500안타를 치는 박용택의 모습. / 연합뉴스

박용택

2018시즌 성적

타율 0.303, OPS 0.828, 15홈런 76타점, WAR 1.38, wRC+ 112.7

2019시즌 40세

2019~2020시즌 2년 총액 25억원(계약금 8억원, 연봉 8억원, 옵션 1억원)

2020시즌을 앞두고 1년 10억 계약을 맺었던 김태균. 그는 작년 시즌 막판 은퇴를 선언했다. / 연합뉴스

김태균

2019시즌 성적

타율 0.305, OPS 0.777, 6홈런 62타점, WAR 1.90, wRC+ 121.7

2020시즌 38세

2020시즌 1년 총액 10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

이대호는 롯데에서 15시즌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 스포츠조선

이대호

2020시즌 성적

타율 0.292, OPS 0.806, 20홈런 110타점, WAR 1.01, wRC+ 105.8

2021시즌 39세

‘국민 타자’ 이승엽은 40세가 되는 2016시즌부터 2년간 36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나이로 따지면 대형 계약인데 워낙 2015시즌 활약이 뛰어났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스탯 중 하나인 wRC+(조정 득점 생산력)에서 140.4를 찍으며 그해 리그 14위를 기록했다.

박용택의 계약엔 특수성이 있었다. 25억원은 세 번째 FA 계약을 맞이하고 2년 후 은퇴를 선언한 그에게 LG 구단이 프랜차이즈 스타 대우를 해준 성격이 강했다. 시장 과열로 ‘한 방’에 90억에서 150억원까지 거머쥐는 스타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첫 FA 때 4년 34억원, 두 번째 FA 때는 4년 5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를 받고도 LG를 떠나지 않았던 박용택을 배려한 측면도 있었다.

김태균은 2019시즌이 끝나고 예상과 다르게 1년 계약을 했다. ‘에이징 커브’가 보이는 상황에서 다년 계약으로 구단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김태균은 2020시즌 부진한 끝에 시즌 막판 은퇴를 선언했다.

앞서 설명했듯 이대호의 FA 전(前) 시즌의 클래식 스탯은 이승엽을 제외하곤 박용택과 김태균보다는 좋은 편이다. 하지만 WAR이나 wRC+ 등 세부 스탯을 따져보면 넷 중 가장 처진다. wRC+는 올해 규정타석을 채운 지명타자 중 가장 낮다. “승리 기여도를 냉정히 봤을 때 이대호에게 연봉 10억원 이상의 다년 계약은 안겨주기 어렵다”는 팬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더구나 이대호는 수비나 주루 면에선 팀에 마이너스가 되는 선수다.

이대호의 ‘에이징 커브’는 확실하게 눈에 띈다. 장타율에서 타율을 빼는 IsoP(절대 장타율)를 보면 2019시즌 0.151, 2020시즌 0.161로 2017시즌(0.213), 2018시즌(0.260)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이대호의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는 장면을 보고 “예전 같으면 넘어갔을 텐데”란 말이 유독 자주 나왔던 올 시즌의 풍경이었다.

2021시즌을 앞두고 KIA와 3년 47억원에 대형 계약을 맺은 최형우와도 분명히 다르다. 이대호보다 한 살 어린 최형우는 2020시즌 타율 0.354, 28홈런 115타점, OPS 1.023, WAR 5.70, wRC+ 168.4로 ‘에이징 커브’란 말이 무색한 맹활약을 펼쳤다.

반면 사실상 마지막 계약인 만큼 프랜차이즈 스타로 이대호의 자존심을 세워줘야 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이대호는 2001년 롯데에 입단해 15시즌 동안 활약하며 통산 332홈런 1243타점을 기록한 레전드다. 이대호의 등번호 10번은 최동원(11번)에 이어 롯데 영구결번이 유력하다.

올 시즌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세부 스탯 중에서도 WPA(승리확률기여합산)를 보면 3.56으로 롯데에서 손아섭(4.57) 다음으로 높았다.

하지만 롯데의 상징적인 스타로서의 대접은 4년 150억원의 대형 계약에 이미 충분히 담겼다는 의견도 많다. 롯데가 전체적으로 페이롤을 줄이는 작업을 하는 만큼 실리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대호가 받아들인다면 구단 입장에선 다양한 안전장치를 포함한 옵션 계약을 고려해 볼만 하다.

이대호의 이번 FA 계약은 야구에서 어떤 가치가 중요한가에 대한 화두도 던져준다. 대형 FA들이 행선지를 대부분 결정한 가운데 롯데와 이대호의 선택이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