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두산과 LG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두산 유격수 김재호(35)는 “1차전의 짜릿한 4대0 승리로 라커룸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겠다”는 취재진의 말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요, 평소 때랑 똑같았어요. 아직 한국시리즈도 아니잖아요. 다들 퇴근하기 바쁘던데요.”
두산 선수들에겐 ‘가을 야구’ 무대가 너무나 익숙하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 올 시즌까지 6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올해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도 노린다. 2015·2016·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두산 왕조’를 이룩한 주축 선수들은 올해도 대부분 남아 있다.
두산은 이날 준플레이오프(3전2선승제) 2차전에서 ‘가을 남자’들이 앞다퉈 타점을 쏟아내며 LG를 9대7로 이겼다. 두산은 LG에 8-0까지 앞서다가 연이어 홈런을 허용하며 8-7까지 쫓겼지만, 결국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정규리그 2위 KT와 준플레이오프 승자 두산이 벌이는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은 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다.
◇ ‘가을 상남자’ 오재원 MVP
두산은 2차전에서도 오재원이 2안타 2타점, 오재일이 1안타(1홈런) 2타점, 정수빈이 3안타 1타점, 박세혁이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는 등 왕조의 주역들이 맹활약했다. 그중 준플레이오프 MVP(8타수 4안타 4타점)를 수상한 오재원이 가장 빛났다. 지난 1월 두산과 3년간 총 19억원에 계약한 오재원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타율 0.232, 5홈런 27타점에 그치며 주장 완장도 반납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단기전에선 수비가 중요하다”며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오재원을 주전 2루수로 기용했다. 1차전에서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한 그는 2차전에서도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오재원은 0-0으로 맞선 2회초 2루타로 2루 주자 허경민을 홈으로 불러들여 선취점을 뽑아내며 팀 공격의 물꼬를 텄다.
두산은 4회초 7점을 내며 순식간에 8-0을 만들었다. 허경민과 박세혁이 도루로 LG 수비를 뒤흔들었고, 오재일의 홈런 등 6안타를 집중해 LG 마운드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잠실구장의 3루쪽 스탠드를 메운 두산 팬들은 신나는 응원전을 펼쳤고, 반대쪽 LG 팬들은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한 끗 모자랐던 LG의 대포 추격전
두산의 기관단총 세례에 벼랑 끝에 몰린 LG는 4회부터 대포로 반격을 시작했다. 4회 로베르토 라모스와 채은성이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를 상대로 연속 타자 홈런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되살렸다. 5회말에도 LG는 김현수(2점)와 라모스의 홈런으로 8-5, 점수 차를 3점으로 좁혔고, 6회말 2사 1·2루에서 오지환의 2타점 2루타로 8-7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두산은 7회말 박치국에 이어 8회말부터 마무리 투수 이영하가 LG의 타선을 봉쇄했다.
이날 도루 3개를 기록했던 두산은 9회초 발로 쐐기 득점을 뽑았다. 무사 1루서 허경민의 번트 때 LG 고우석이 1루 악송구를 범하자 대주자인 1루 주자 이유찬이 홈을 파고들며 9-7을 만들었다.
타이밍상 아웃이었지만 LG 포수 이성우가 이유찬의 홈 쇄도를 알아차리지 못해 허망하게 점수를 내줬다. 부담을 던 이영하는 9회말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오재원은 “우리 선수들은 이런 경험이 많아서 우승할 때까지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작년 고척돔에서 우승을 확정한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플레이오프에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