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두산의 계절이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 이후 6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올해도 준플레이오프에서 LG를 꺾고 플레이오프로 향하며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한 발짝 다가섰다.
양의지(NC)와 김현수(LG), 민병헌(롯데) 등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두산에서 영광의 시간을 보내고 팀을 떠났다. 그들은 서로 다른 팀에서 ‘캡틴’으로 뛰고 있다.
반면 6년간 그 자리를 꾸준히 지키며 ‘두산 왕조’의 살아있는 역사가 된 선수들도 있다. 1985년생 동갑내기 키스톤 콤비 오재원과 김재호(오재원이 빠른 85라 한 학년 위)가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2루수 오재원과 유격수 김재호는 지난 5년간 한국시리즈를 포함해 수많은 포스트시즌에 함께하며 ‘가을의 전설’을 만들었다.
김재호는 5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하루하루가 다르다고 느낀다”며 “하루 지나고 나면 아프다고 하는 선수들이 확실히 많아졌다”며 웃었다. 2015년 첫 우승을 차지할 때만 해도 한국 나이로 서른하나였던 김재호와 오재원은 어느덧 서른여섯이 됐다. 김재호는 “플렉센이 이닝을 마치고 포효하는 모습이 귀엽더라. 큰 경기를 많이 안 해봐서 촌스럽게 그런 것”이라며 “나도 어릴 땐 귀여웠는데”라며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두산 왕조를 대표하는 키스톤 콤비는 올해 좀 상황이 달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3년간 19억원에 계약한 오재원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에도 정규시즌에서 죽을 쒔다.
오재원은 작년 정규시즌에서 타율 0.164, 18타점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뒤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500, 3타점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에도 그런 경향이 보인다.
올해 그는 정규시즌에 타율 0.232, 27타점에 그치면서 두산 팬들로부터 “괜한 계약을 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부진이 길어지며 주장 완장까지 반납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맞아 “단기전에선 수비가 중요하다”며 오재원을 주전 2루수로 기용했다. 오재원은 가을이 되니 귀신같이 살아나며 준플레이오프 MVP(타율 0.500, 4타점)에 올랐다. 그는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우리 선수들은 이런 경험이 많아서 우승할 때까지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아직 해야 할 것이 많다”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재호는 1·2군을 오갔던 오재원과 달리 올 시즌에도 주전 유격수 자리를 지켰다. 120경기에 나서 타율 0.289, 39타점을 올렸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선 안타 2개와 볼넷 하나를 얻어냈다.
역대 희생플라이 통산 10위(69개)에 올라 있을 정도로 팀 배팅에 능한 김재호는 올 시즌이 끝나고 허경민·오재일·정수빈·최주환 등과 함께 FA 자격을 얻는다. 두산의 올가을이 ‘라스트 댄스’라 불리는 이유다.
김재호가 다음 시즌 다른 팀으로 떠난다면 두산 팬들은 ‘엄마 아빠’라 부르며 애정을 표했던 키스톤 콤비를 더는 볼 수 없다. 김재호가 잔류한다 하더라도 나이를 따져보면 둘이 함께 ‘센터 라인’을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그래서 올가을 둘을 지켜보는 두산 팬들은 흐뭇한 한편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을 탓하게 된다. 김재호는 “이렇게 좋은 멤버로 얼마나 더 경기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좋은 추억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려고 다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