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거의 8위가 확정됐다. 11경기를 남긴 14일 현재, 7위 KIA 타이거즈와 9경기 차이가 나고, 9위 SK 와이번스와는 13.5게임 차이가 난다. 올해는 더는 오를 곳도 내려갈 곳도 없는 삼성 팬들은 라이온즈파크가 개장한 2016년 이후 9-9-6-8위에 이어 올해도 8위에 머무르는 성적이 아쉽기만 하다.
그런 삼성 팬들에게 최근 남은 시즌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을 안기는 두 선수가 있다. 투수 최채흥(25)과 타자 김동엽(30)이다.
대구상원고·한양대를 졸업하고 2018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최채흥은 올 시즌 선발의 한 축을 확실히 꿰찼다. 지난 2일 NC전에서 9승(6패)째를 낚은 그는 14일 SK전에서 시즌 10승에 도전했다.
눈부신 호투였다. 최채흥은 7회까지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버텼다. 하지만 점수는 1-1. 승리 투수의 요건은 갖추지 못했다.
7회초가 끝나고 마운드를 내려온 최채흥에게 정현욱 투수 코치가 한 이닝 더 던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최채흥은 얼른 “괜찮다”며 “그러겠다”고 했다.
8회초에 올라온 최채흥은 김성현에게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후속 타자인 박성한과 최지훈을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했다. 다음 타자는 최정. 올해 30홈런을 기록한 최정을 상대로 최채흥은 결국 볼넷을 허용했다.
투구 수는 120개. 최채흥은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더그아웃을 향하는 최채흥에게 대구 홈 팬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이승현이 올라와 로맥을 유격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내며 최채흥의 기록은 7.2이닝 1실점이 됐다.
삼성은 8회말 김동엽의 솔로 홈런으로 2-1 리드를 잡았다. ‘끝판 대장’ 오승환이 9회초 출격해 시즌 15번째 세이브를 수확하며 2대1 승리를 지켰다. 120개의 공을 던진 최채흥에게 8회초 2사 이후 마운드를 물려받은 이승현이 이날의 승리 투수가 됐다. 그는 공 4개만 던지고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이게 야구다.
비록 10승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최채흥은 인상적인 투구로 평균자책점을 3.69까지 낮췄다. 이번 달엔 세 번 등판해 18.2이닝 동안 2실점하며 0.9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최채흥은 부상 등으로 몇 차례 선발에서 빠지며 올 시즌 아직 규정이닝을 채우진 못했다. 12.1이닝이 남아 있는데 두 번 더 선발로 나설 수 있어 규정이닝을 달성할 수도 있다.
올 시즌 국내파 선발 평균자책점 1위는 최근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마감한 SK 문승원(3.65). 최채흥이 남은 두 선발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국내파 평균자책점 1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 아직 최채흥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최채흥은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마운드에서 내려와 아이싱하러 가고 있는데 관중석에서 큰 소리가 들려 홈런인 줄 알았다”며 “동엽이 형이 한 타석 먼저 쳐줬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은 있다”며 웃었다. 그는 “선발 로테이션이 두 번 남았는데 10승에 대한 마음은 비우고 내 피칭을 하겠다. 규정이닝은 꼭 채웠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채흥의 호투에 여동생도 반가워했다. 최채흥은 한양대 시절 ‘더그아웃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동생이 한 살 차이인데 저 때문에 많은 걸 포기했다. 대학교 진학도 포기하고 바로 경제활동을 시작했다”며 “동생 생각만 하면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여동생 최인혜씨는 이날 SNS에 ’10승 하면 사준다고 했지만 오늘 제일 멋있었으니까 선물 사줄게. 고생했어'란 글로 오빠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좌완 최채흥이 올해를 잘 마치고 내년 시즌에도 좋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도쿄올림픽 대표팀 승선도 바라볼 수 있다. 최채흥은 “올 시즌은 80점 정도 주고 싶다. 더 큰 점수를 주기엔 뭔가 아쉽다”며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