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끝으로 19년의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LG 레전드 박용택(41)은 팬서비스가 좋기로 손에 꼽히는 선수다. 시간이 부족해 사인을 못하게 되자 팬의 주소를 물어 택배로 사인볼을 보내준 미담 등이 수두룩하다. 한 팬이 “박용택 선수의 사인볼을 중고나라 같은 곳에서 거래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내 사인볼이 인터넷에서 거래가 안 될 정도로 사인을 아주 많이 하면 되겠네”였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경기장을 찾던 열혈 팬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입관 때는 본인이 쓰던 배트를 함께 넣어 드리기도 했다. 사랑의 골든글러브를 2회 수상할 만큼 각종 기부 활동 등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선수다.
LG 트윈스는 7일 오후부터 박용택의 현역 마지막 시즌을 기념해 공식 은퇴 상품 및 플레이어 상품 패키지를 출시했다. 공식 은퇴 상품은 유니폼과 모자, 포토볼, 배트와 기념 패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날 각종 야구 인터넷 게시판에는 패키지 구입을 인증하는 LG 팬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유튜브 ‘LGTWINSTV’는 박용택이 은퇴 상품에 대해 구단 관계자들과 생각을 나누는 영상을 7일 업로드했다. 박용택은 유니폼 디자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유니폼 왼쪽 아랫부분에 자신의 친필 사인이 담긴 태그를 부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구단 관계자가 “판매되는 모든 유니폼에 사인을 다 하실 것인가”라고 묻자 박용택은 “이게 뭐 몇백만장이 팔리진 않잖아요. 천벌 정도는 앉은 자리에서 합니다”라고 답했다. 팬을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한 그다운 대답이었다.
이 영상을 본 LG 팬들은 “남은 5%의 관절을 사인하다가 다 쓰는 것 아니냐”며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박용택은 지난 3일 NC전에서 역전 3점포를 쏘며 LG의 승리를 이끈 뒤 “이젠 관절이 5% 정도 남은 것 같다. 남은 관절은 (올 시즌이 끝나는) 11월말이면 다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는 41세 베테랑이 팬들에게 전달되는 모든 은퇴 기념 유니폼에 친필 사인을 해준다는 소식에 LG 팬들은 또 한 번 감동에 젖었다.
이제 그라운드에서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박용택은 9월 들어 회춘한 듯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이번 달에 타율 0.474, 2홈런 4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KBO리그 최다안타의 주인공인 박용택은 이제 2500안타에 8개만을 남겨놓았다. 24경기만 더 출전하면 정성훈의 KBO리그 역대 최다 출전 기록(2223경기)도 깰 수 있다.
개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은퇴를 앞둔 박용택에게 가장 절실한 목표는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2위 LG는 7일 롯데에 6대12로 패하며 연승 행진이 ‘7′에서 마감됐지만, 올 시즌 투타에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면서 2002년 이후 18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 1994년 이후 26년 만의 한국시리즈 정상 등극을 노리고 있다.
신인 시절인 2002년 그 무대를 밟은 이후엔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한 박용택은 마지막 시즌에 꿈을 이룰 수 있을까. LG의 우승은 팬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가 트윈스 팬들에게 안길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