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한국 시각)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의 크라이슬러 아레나에서 미시간대 농구팀이 NCAA(전미 대학스포츠협회) 시즌 개막전을 치렀다. 미시간대의 아다이 마라가 두 팔을 치켜들고 뛰어올라 오클랜드대 자이어 웰스(2번)의 골밑 슛을 수비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미국 뉴욕주 세인트존스 대학교 농구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 7명을 영입했다. 프로팀이 전력 강화를 위해 다른 팀의 핵심 선수를 데려오듯, 다른 학교 학생들을 새 멤버로 끌어온 것이다. 전학생 7명 전원이 4일(한국 시각) NCAA(전미 대학스포츠협회) 개막전에서 코네티컷주 퀴니피악 대학교를 상대로 출전, 팀 득점의 60% 이상을 책임졌다. 세인트존스는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하며 108대74 대승을 거뒀다.

‘레드 스톰(붉은 폭풍)’이란 별명을 가진 세인트존스 대학은 강호라 불리기엔 부족한 팀이었다. 1952년 준우승을 끝으로 한 번도 NCAA 파이널에 오르지 못했고, 2000년 이후로는 8강 진출 경험도 없다. 그런데 올 시즌엔 AP통신 예상 랭킹에서 당당히 5위에 오르며 우승 후보로까지 꼽힌다. 세인트존스가 이렇게 달라진 대접을 받게 된 배경에는 NCAA 119년 역사상 올해 최초로 시행되는 ‘학생 선수 급여’ 제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제도로 인해 대학이 선수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직접 돈을 줄 수 있게 되면서 세인트존스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전국에서 상위권 선수들을 대거 영입할 수 있었다. 백만장자 기업가 마이클 레폴을 비롯한 부유한 동문들도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미국 대학 스포츠를 관장하는 NCAA는 1906년 설립 이후 각 대학이 선수들에게 장학금이나 생활비 보조금 외에 직접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 하지만 2020년 애리조나 주립대 수영 선수 그랜트 하우스 등이 “대학 측이 모든 수익을 독점하면서 선수들에겐 어떤 보상도 하지 않는다”며 NCAA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농구와 풋볼(미식축구) 등 프로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대학생 선수들이 목소리를 더하자 NCAA는 패소 가능성을 우려해 2021년 학생들이 자신의 이름과 초상권 등을 활용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정당한 급여를 달라는 학생 선수들의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결국 NCAA가 학교 스포츠 수익의 22%를 학생 선수들에게 나눠주기로 합의했다. 학교 측은 올 시즌 기준 최대 2050만달러(약 295억원)를 선수들에게 지급할 수 있다. ‘수익 공유(revenue sharing)’란 이름의 ‘학생 선수 급여’ 제도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변화는 NCAA 농구 리그 판도를 뿌리부터 흔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통의 강호와는 거리가 멀었던 빅이스트(Big East) 콘퍼런스 소속 팀들의 전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학교는 2050만달러를 여러 운동부에 나눠 써야 하는데, 세인트존스를 비롯한 빅이스트 소속 학교 대부분은 풋볼 팀이 없다. 농구팀의 전력 강화에만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뜻이다. 펜실베이니아주 빌라노바대의 에릭 뢰들 부총장은 “우린 풋볼 팀을 보유한 대학처럼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고, 농구에 주로 혜택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분배’ 원칙 때문에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인기가 적은 축구·야구·육상 등의 종목 선수들은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부 여자 대학 선수들은 이러한 구조가 ‘성차별’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대학 스포츠팀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인기가 높아 수익을 잘 내는 팀이나 부자 동문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는 팀은 안정적인 재정을 바탕으로 급여 한도까지 활용해 전력 강화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재정 여력이 부족한 팀은 유망주 스카우트 경쟁에서 밀리면서 장기적으로 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유럽 축구 리그에서 ‘빅클럽’이 우승을 독식하는 것처럼, 대학 스포츠에서도 ‘빅스쿨’이 등장해 우승을 나눠 갖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학생 선수 급여

미국에서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대학교가 선수들에게 수익의 일부를 급여처럼 직접 나눠 줄 수 있는 제도. 지난 7월부터 시행돼 대학교가 프로 팀처럼 거액을 들여 유망 선수를 영입(전학)할 수 있게 됐다. 미 대학 스포츠 역사상 선수에게 직접 돈을 주는 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