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독일과 미국의 경기인가요?”
지난 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치러진 탁구 여자 단체 16강전에선 독일과 미국이 맞붙었다. 경기를 지켜본 일부 관중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선수들은 독일과 미국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검은 머리 동양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 출전한 양 팀 선수 6명 중 독일팀의 아네트 카우프만을 제외한 5명이 중국계였다. 독일 팀의 산 샤오나, 위안 완은 중국에서 태어나 독일로 귀화했다. 미국 팀의 릴리 장, 에이미 왕, 레이철 성은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이다.
독일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지만, 소셜미디어(SNS)에서 이 경기 장면은 화제가 됐다. “오직 중국인만 중국인을 이길 수 있다”, “독일 선수와 미국 선수 모두 아시아 프록시(대리) 서버를 통해 경기를 하고 있군” 등의 재밌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중국계 탁구 선수들이 여러 국가의 대표팀 선수로 활약하면서 중국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탁구 강국이다. 우리나라가 이번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4강전에서 중국에 완패한 것처럼, 여러 나라가 번번이 중국의 만리장성 앞에서 좌절했다.
이런 중국의 벽을 넘기 위해서, 여러 나라가 아예 중국 출신 선수들을 ‘우리편’으로 영입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해 파리 올림픽 탁구 종목에 출전한 각국 대표팀 중 중국 출신이거나 중국 혈통의 선수가 최소 한 명 이상 포함된 나라는 10국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호주, 캐나다, 프랑스, 미국, 룩셈부르크, 칠레, 슬로바키아, 피지, 대한민국, 모나코, 포르투갈, 홍콩 등이다. 자국에는 워낙 실력자가 많은 탓에 중국이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는 중국 선수들과, 실력 있는 선수 확보에 목마른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영향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 나온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팀 선수 3인 중 한국 태생은 신유빈뿐. 팀의 리더이자 맏언니 전지희는 중국 출신으로 2008년 한국으로 건너와 2011년 귀화했다. 이은혜도 중국 허베이성 출신으로 2011년 귀화해 이번이 첫 올림픽 도전이다.중국의 만리장성을 넘기 위해, 각 국이 중국 출신의 탁구 선수들을 활발하게 영입하고 있다. 이번 파리에서 주목받았던 룩셈부르크의 ‘탁구 할머니’ 니시아리안도 중국계다. 그는 원래 룩셈부르크로 넘어가 코치직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현역 선수들을 압도하는 실력 때문에 현재까지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탁구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중국이 가져간 금메달은 총 32개다. 37개의 메달 중 단 5개만 놓쳤다. 은메달과 동메달까지 합하면, 총 115개 중 중국이 60개의 메달을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