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에서 ‘우승 후보’ 프랑스를 잡아낸 한국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의 김은중 감독(44)이 승리 비결로 “프랑스전을 대비해 꾸준히 연습하고 준비한 것들을 선수들이 잘 수행해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3일(한국 시각) 아르헨티나 멘도사 말비나스 아르헨티나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이승원(강원)의 1골 1도움 맹활약과 이영준(김천)의 헤더 결승골에 힘입어 프랑스를 2대1로 물리치며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김 감독은 경기 종료 직후 믹스트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신체 조건과 개인 기량에서는 우리에 앞설 수 있지만, 우리가 1대1 싸움이 아닌 11명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게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 프랑스는 전반 15분까지 볼 점유율 75%를 기록하며 우세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한국은 ‘역습의 정석’으로 첫 골을 만들어 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해서 하고자 했던 플레이가 전혀 안 됐다”며 “우리팀 강점이 역습 전환 속도인데 그 속도를 살리도록 주문해 그대로 잘 득점을 했다”고 밝혔다.
전반을 1대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맹공격을 펼친 프랑스의 기세에 눌리며 위협적인 장면을 내줬다. 김 감독은 “프랑스가 지는 상황이니 총공세를 해서 우리가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었고, 우리가 밀려나면서 계속 수비를 했는데 그 때 선수들에게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상대 공격을 버텨낸 한국은 후반 19분 이승원의 정확한 킥을 이영준이 머리로 돌려놓아 골망을 갈랐다. 기쁨도 잠시 2분 뒤인 후반 21분 변수가 생겼다. 주전 수문장 김준홍이 쇄도하던 상대 공격수와 부딪쳤다. 주심은 이 장면을 골키퍼의 반칙으로 보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다소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다. 후반 25분 알랑 비르지니우스의 킥이 골네트를 흔들며 2대1로 쫓기는 상황을 맞았다. 김 감독은 “판정은 존중한다. 다만 명백하게 아쉬운 부분은 있지 않나 조심스럽게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수세에 몰린 대표팀은 후반 막판까지 프랑스에게 위협적인 찬스를 내줬지만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값진 승점 3점을 획득했다.
김 감독은 팬들에게 “새벽 경기까지 보시면서 어린 선수들을 응원해줘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선수들이 최대한 경기장에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게끔 코칭스태프도 준비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첫 경기 승리 소감은.
“큰 무대 첫 경기가 상대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는데 우리 선수들이 준비한 걸 잘 따라왔고 전술적으로도 잘 실행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전반 초반에 상대에게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고 봤는데 골을 넣었다. 벤치에서 어떤 주문을 했나.
“경기 시작 15분까지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해서 하고자 했던 플레이가 전혀 안 됐다. 우리팀 강점이 역습 전환 속도인데 그 속도를 살리도록 주문해 그대로 잘 득점을 했다. 선수들이 그런 부분에 대한 연습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그 상황이 나왔을 때 강점이 있었고, 득점 이후엔 긴장감을 내려놓고 자기 플레이를 하게 된 것 같다.
-전반을 1대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치고 선수들에게 어떤 얘기를 했나.
“전반에 이기고는 있었지만 후반이 있기 때문에 스코어는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 후반들어서는 상대가 더 거세게 나올 것이라 예상을 했고, 우리 선수들에게도 좀 더 집중을 하자고 얘기했다.”
-그런데 후반 초반 15분까지 상대에게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내주다 보니 터치라인까지 나와서 얘기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땐 선수들에게 어떤 주문을 했나.
“프랑스가 지는 상황이니 총공세를 해서 우리가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었고, 우리가 밀려나면서 계속 수비를 했는데, 선수들에게 좀 더 버텨달라고 얘기를 했다.”
-페널티킥(PK)을 상대에게 내준 상황을 비롯해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은 없었는지.
“경기를 하다 보면 심판 판정에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으나,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판정은 존중한다. 하지만 명백하게 아쉬운 부분은 있지 않나 조심스럽게 얘기하고 싶다.”
-PK를 내준 이후에 경기 종료 때까지 쫓기는 상황이었는데 어땠나.
“심리적으로 우리가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프랑스 선수들이 피지컬이 좋기 때문에 그들을 버티는 데 버거움이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해서 잘 버텼다는 부분을 칭찬해주고 싶다.”
-전반에 측면 수비가 상대에게 열린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프랑스가 원래 중앙을 중심으로 공격하는데, 우리가 전술적으로 중앙을 막아서 자기들 패턴이 막혀버리니까 반대로 사이드를 이용했던 것 같다. 경기 전에는 중앙이 위험하다고 봤었는데 전반에 측면을 공략하는 걸 보고 이 부분을 선수들에게 얘기해서 보완이 잘 됐고 후반엔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상대팀으로서 프랑스는 어느 정도 수준이었다고 보나.
“영상 분석하고 준비했던거보다 피지컬 등 여러 면에서 강하다고 느꼈다. 개개인 싸움에서는 프랑스가 유리했겠지만, 우리는 1대1 싸움이 아닌 11명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게 팀으로서는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경기 끝나고 선수들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세 경기 중에 첫 경기 끝났고, 오기 전에 선수들한테 얘기했던 게 ‘세계 무대는 쉬운 팀이 없다. 우리 첫 목표는 예선 통과기 때문에 그 이후에 다음 스텝을 생각하자’는 것이었고 오늘도 같은 생각이다. 오늘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다음 온두라스전에 100%를 쏟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새벽까지 응원한 국민들에게 한마디.
“새벽에 멀리서 하는 경기까지 보시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힘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해줘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경기장에서 멋진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 선수들이 최대한 경기장에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게끔 코칭스태프도 준비를 잘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