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진행 중인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22일 이번 대회 조별 예선 가운데 ‘죽음의 조’로 불리는 D조 이탈리아와 브라질이 멘도사 말비나스 아르헨티나스 경기장에서 격돌했다. 수용 인원 4만2000명의 85%가량인 3만5531명이 입장했다. ‘축구의 나라’답게 자국 경기가 아님에도 관중석 대부분을 아르헨티나 팬들이 차지했고, 곳곳엔 리오넬 메시(36·파리 생제르맹)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대거 눈에 띄었다.
지난 4월 조 편성 당시 브라질과 우루과이는 강팀인 데다 원정 팬들을 몰고 다닐 것으로 예상돼 ‘기피 대상’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날 경기장 분위기는 예상과 다르게 흘렀다. 경기 내내 이탈리아를 향한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이탈리아가 브라질을 3대2로 제압하며 귀중한 첫 승을 따냈다.
아르헨티나 팬들은 이탈리아 플레이 하나하나에 박수 갈채를 보내고 “이탈리아”를 외쳤다. 반면 브라질이 골을 넣었을 땐 휘파람을 불고 조롱했다. 주심이 후반 추가 시간으로 비교적 긴 6분을 줬을 때도 야유가 쏟아졌다. 3골 차로 넉넉히 앞서가던 이탈리아가 후반 2골을 따라잡힌 상황에서 브라질에 동점 기회가 주어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팬들이 이처럼 같은 대륙 국가가 아닌 타 대륙 국가에 일방적인 응원을 벌이는 것은 축구에서는 브라질이 자국과 남미 최강 자리를 놓고 늘 충돌하는 라이벌이자 숙적이기 때문이다. 성인 월드컵에선 브라질(5회 우승)이 최다 우승국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U-20 월드컵에선 아르헨티나가 최다(6회)를 기록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일궈낸 성인 대표팀에 이어 이번에 U-20 대표팀도 우승컵을 차지하길 기대한다.
그러다 보니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브라질에 강력한 견제구를 날리는 셈이다.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나름 공감대가 있기도 하다. 유럽 이민자들이 세운 아르헨티나는 국민 중 이탈리아계가 35.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다음은 스페인계 28.5%다.
브라질로서는 원정 응원단을 대거 파견해 분위기에 변화를 줄 수도 있었지만 이번엔 지리적 거리가 발목을 잡았다. 경기 장소인 아르헨티나 서부 멘도사가 브라질 대도시에서 수천㎞ 떨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경기가 비교적 본국에서 가까운 아르헨티나 동부 라플라타에서 치러졌다면 이렇게까지 박대를 받진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