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죠.”
21일 아르헨티나에서 개막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한국 대표팀 막내 김지수(19·성남FC)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4년 전 폴란드 대회에서 한국은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영광을 넘어 한 단계 더 나아가겠다는 각오다.
김지수는 나이는 어리지만 확고한 주전 센터백으로 팀을 뒷선에서 지휘한다. 그는 이미 대표팀 선배 수비수 김민재(27·나폴리)를 이을 재목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192㎝ 73㎏으로 김민재(190㎝ 88㎏)보다 약간 마른 체격이지만 수비 범위가 넓고 순발력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풍생고 3학년이던 지난해 5월 K리그1에 데뷔하며 리그 역대 최연소 출장 기록을 세웠고, K리그 올스타에도 뽑혀 토트넘(잉글랜드)과 친선전에서도 활약했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브렌트퍼드(21일 현재 리그 9위)로부터 공식 입단 제안을 받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지수는 “최근 부쩍 늘어난 관심을 실감한다”면서도 “이번 대회에서 유럽 구단들이 지켜본다는 걸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뛰겠다”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 전 국가대표 감독도 그를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과 친선전 당시 K리그 올스타 지휘봉을 잡았던 김상식 전 전북현대 감독은 “김지수를 보면 김민재가 떠오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지수는 “영광스럽고 과분하다”면서도 “김민재 선배는 뒷공간을 허용할 위기에서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를 압도하는데 저는 미리 움직여 자리를 잡고 상대를 마주 보려 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장점으로 “순간적인 클리어에 자신이 있고, 양발을 잘 쓰는 편이라 어려운 수비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눈여겨보는 외국 수비수로는 크로아티아 신성(新星) 요슈코 그바르디올(21·RB라이프치히)을 꼽았다.
김지수는 다른 대표팀 선수들보다 한 살 어리다. 그럼에도 “친화력이 워낙 좋아 형들과 금방 친해져서 어렵진 않다”고 했다.
이번 U-20 대표팀에는 전 대회에서 폭발적인 감흥을 준 이강인(22) 같은 수퍼 스타 선수는 없다. 하지만 팀 조직력은 더 탄탄하다는 자평이다. 김은중 감독은 “전 대회 만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말했다.
수퍼 스타는 없지만 잠재력을 갖춘 유망주는 즐비하다. 성인 대표팀에서도 선을 보인 강성진(20·FC서울)은 U-20 아시안컵 요르단전에서 중앙선부터 수비 5명을 제치고 골을 넣는 환상적인 개인기를 보여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전 하나시티즌 돌풍을 이끄는 배준호(20), 포르투갈 무대에서 뛰는 김용학(20·포르티모넨세), 독일 프라이부르크 이지한(20) 등 예비 스타들도 기량을 펼칠 준비를 마쳤다. 이지한은 “아직 나를 모르는 축구 팬이 많지만 이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F조에 속한 한국은 23일(한국 시각) 오전 3시 프랑스와 1차전을 치른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 우승 후보이자 한국과 역대 전적(U-20)에서 4승3무1패로 절대 우위다. 이후에는 온두라스(26일), 감비아(29일) 등 해볼 만한 팀들이 기다리고 있다. 개최국 아르헨티나나 브라질·우루과이 등 대규모 극성 응원이 예상되는 인근 남미 강호들을 피한 게 그나마 낫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조별 리그 세 경기를 모두 아르헨티나 북부 멘도사 말비나스 아르헨티나스 경기장에서 치른다. 현지 교민들은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1000㎞ 정도 떨어진 멘도사까지 원정 응원에 나설 예정이다. 멘도사에서 가까운 칠레 교민들도 합류한다고 한다.
대회 첫날 21일 A조 경기에선 개최국 아르헨티나가 홈팬들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2023 U-20 아시안컵 우승팀 우즈베키스탄에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A조 다른 경기에서는 뉴질랜드가 과테말라를 1대0으로 꺾었다. B조에서는 슬로바키아가 피지를 4대0, 미국이 에콰도르를 1대0으로 누르고 첫 승을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