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한다.
13일 뉴질랜드 올림픽위원회(NZOC) 등에 따르면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성전환한 뉴질랜드 역도 선수 로럴 허버드(43·87kg 이상)가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얻어냈다. 허버드의 남성 호르몬 수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제시한 수치 이하를 기록하면서 여성 선수로서 출전할 자격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으로 태어나 남자 역도 대회에 출전해 왔던 허버드는 2013년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 갔다. 2017년에는 여자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해 은메달을 따냈다. 2018년 영연방경기대회(코먼웰스게임)에서는 팔꿈치 부상으로 기권했고, 부상에서 회복한 2019년 사모아 퍼시픽 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허버드의 세계 순위는 현재 16위다.
IOC는 2004년부터 트랜스젠더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2015년에는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아도 남성 호르몬이 일정 수치 이하면 출전이 가능토록 했다. 2004년 이후 사이클, 육상 등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꾸준히 올림픽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변화된 호르몬으로 인한 기량 저하 때문이었다. 하지만 허버드는 현재 280kg 가량을 들어 올리며 300kg가량을 들던 남자 때와 큰 차이가 없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근력이 가장 중요한 역도에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허버드와 같은 체급인 벨기에 선수 안나 반벨링언(27)은 “나쁜 농담(bad joke) 같다”며 “트랜스젠더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다른 선수가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허버드는 비판에 대해 “그냥 나는 나일 뿐이고, 내 할 일을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