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하반기 전력화를 앞둔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양산 1호기가 지난 25일 모습을 드러냈다. 2001년 정부의 첨단 전투기 자체 개발 선언 이후 25년, 체계개발 착수 후 10년 6개월 만에 거둔 결실이다. 이번 출고는 단순한 신형 기체 등장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세계 항공우주 강국’으로 도약했음을 알리는 이정표이자, 자주국방의 완성형 모델을 제시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풍파를 딛고 날아오른 ‘보라매’… 인도네시아 공동 개발 참여
KF-21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업 초기에는 막대한 개발비와 기술적 리스크로 7차례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치며 14년간 표류했다. 2015년 미국이 AESA(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 등 4대 핵심 기술 이전을 거부하자 ‘불가능한 도전’이라는 회의론도 확산됐다.
전환점은 인도네시아의 공동 개발 참여였다. 개발비 일부를 분담하는 협력국이 참여하면서 경제성과 국제적 명분을 동시에 확보했고, 2015년 체계개발 착수로 이어졌다. 공동 개발국의 존재는 국회와 정부 설득의 핵심 근거로 작용하며 사업 현실화를 이끌었다. 과거 스페인과 CN-235 수송기를 공동 개발한 인도네시아의 경험도 사업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가 됐다.
◇인도네시아, K방산 수출의 전략적 보증인
방산 업계는 인도네시아가 KF-21의 ‘론칭 커스터머(첫 도입국)’가 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F-35가 영국과 이탈리아 등 파트너 국가의 초기 물량 확보로 글로벌 표준 지위를 확보했듯, 인도네시아 도입은 KF-21의 대외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 개발 과정에서는 분담금 지급 시기 등을 둘러싼 조율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다. 정부는 협의 끝에 인도네시아 분담금을 일부 축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유지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공동 개발국의 실제 도입 여부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인도네시아가 론칭 커스터머로 도입을 확정할 경우 KF-21은 ‘검증된 플랫폼’ 평가 속 수출 확대의 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미래 공중 전투체계의 핵심 플랫폼 구현
KF-21의 가치는 기체 성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중동 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래 공중전은 전투기 단일 성능 경쟁을 넘어 드론, 센서, 데이터링크(data link·통신로)가 결합된 통합 전투체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KF-21도 단계적으로 임무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핵심 개념은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MUM-T(Manned-Unmanned Teaming)’다. 다수의 무인기와 편대를 구성해 정찰, 전자전, 기만, 타격 임무를 분담하는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전투기는 단순 공격 수단을 넘어 무인 전력을 통합 지휘하는 공중 지휘 플랫폼으로 역할이 확대된다.
결국 양산 1호기 출고는 출발점에 가깝다. 향후 스텔스 성능 고도화와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구현을 통해 미래 공중전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 첫 시험대는 공동 개발 파트너 인도네시아와 함께하는 수출 성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70조원 경제효과… ‘기술 선도국’ 도약
KF-21 사업에는 600여 개 국내 협력업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국산화율 65% 달성을 목표로 한다. 생산 유발 효과 24조원, 기술 파급 효과 49조원 등 총 70조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기대된다. 양산 1호기 출고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기술 종속국’에서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KF-21은 한국 기술로 개발된 전투기다. 독도와 이어도 상공을 수호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K방산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네시아와 협력을 공고히 해 최초 수출 계약이라는 마침표를 찍고, 미래 항공우주 시대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