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끈' 1955, 종이에 수채, 잉크, 19 x 26.3cm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이중섭의 은지화(담뱃갑 속에 든 은박지에 그린 그림) 두 점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다. ‘국민화가’ 이중섭 탄생 110주년을 맞아 조선일보와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이 오는 30일 서울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ACS·Art Chosun Space)에서 특별전 ‘쓰다, 이중섭’을 연다.

조선일보가 이중섭 특별전을 여는 것은 10년 만이다. 지난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은 관람객 25만 명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대한민국에 ‘이중섭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번 전시는 그 뜨거운 열기를 다시 재현하는 자리다.

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쓰다’이다. 손글씨와 아날로그 감성이 재조명받는 이른바 ‘텍스트 힙(Text Hip)’ 시대에 맞춰 이중섭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10년 전 전시가 ‘거장’ 이중섭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신화 뒤에 숨겨진 ‘인간’ 이중섭의 숨결을 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족에게 쓴 다정한 편지와 70년 전 그를 기록한 옛 신문 기사 등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남자와 여자' 1941, 종이에 청먹, 채색, 14 x 9cm

전시장은 이중섭의 생애 흐름에 따라 △쓰다, 사랑을 △쓰다, 절절함을 △새기다, 그리움을 △쓰다, 시대를 △쓰다, 역사로 △쓰다, 나의 이야기 등 6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유화와 드로잉, 편지화 등 대표작 80여 점이 출품된다.

이번에 최초 공개되는 은지화 두 점 ‘가족 1’ ‘가족 2’가 특히 눈길을 끈다. 전쟁의 궁핍 속에서도 담뱃갑 은박지 위에 날카로운 선으로 그리움을 새겨 넣은 은지화는 이중섭만의 독창적 예술혼을 보여준다. 부부의 사랑을 닭으로 의인화한 역작 ‘환희’ 등 주요 유화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 2층에는 이중섭이 살던 서귀포와 부산의 방을 떠올리게 하는 고요한 사색의 공간이 마련됐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소중한 이에게 직접 손편지를 쓰며 한 예술가의 인생을 입체적으로 음미할 수 있다.

전시 관계자는 “‘쓰다, 이중섭’은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그의 예술과 삶을 다시 읽는 자리”라며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이중섭의 작품 세계를 직접 만나보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광화문의 새 복합문화공간 아트조선스페이스 재개관 기념전으로 열리며 6월 14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