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를 마감하고, 이메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기획에 착수해야 하는 순간, 이제 많은 직장인이 먼저 여는 것은 문서 작성 프로그램이 아닌 생성형 AI(인공지능)다. 한국생산성본부(KPC)가 올 8월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79%)이 업무에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86%는 주 1회 이상, 37%는 매일 AI와 함께 일한다. AI는 이제 더는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터의 풍경을 바꾸는 새로운 동료가 되고 있다.
일터가 바뀌면 인재 개발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AI가 업무 도구로 일상화되고, 경영 환경 변화와 정년 연장 등 노동 정책 변화가 더해지면서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연간 1800여 교육 과정을 운영하며 25만명 직장인의 직무 능력 향상을 지원해 온 한국생산성본부가 ‘2026 HRD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했다. 교육 운영 데이터 분석, 설문조사,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2025년 HRD 현황을 진단하고 2026년 전망을 제시한다.
2026 HRD 핵심 키워드 : AI = 업무 파트너, 업·리스킬링, 휴먼 스킬
AI = 업무 파트너 : AI 활용 능력이 필수
생성형 AI의 정확도와 활용성이 높아지면서 영업, 기획, 재무 등 대부분의 직무에서 AI는 이제 필수 업무 도구가 되고 있다. AI가 검색이나 문서 작성 보조 수준을 넘어 데이터 분석, 리스크 예측 등 생산성과 문제 해결을 강화하는 업무 파트너로 진화하는 것이다. KPC가 재직자 17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AI 기술 변화 당면 과제로 ‘직무별 AI 활용 역량 확보와 조직 내 확산’이 1순위로 꼽혔다.
AI 리터러시(literacy·기초 활용)에서 나아가, 각 직무 맥락에 맞춘 AI 플루언시(fluency·실무 활용)가 요구되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KPC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AI 활용 교육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확대, 400여 온·오프라인 과정을 준비했다. 직무별 업무 프로세스에 맞춘 프롬프트 활용법, 도구 활용법 등 실전 적용을 중심으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업·리스킬링 : 끊임없는 학습만이 답
기술 발달로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조직이 요구하는 역량과 구성원의 능력 간 스킬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KPC 조사에서도 ‘리스킬링 및 업스킬링(47%)’이 가장 시급한 HRD 과제로 나타나, 지속적 스킬 향상이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됐음을 보여준다. 기업은 기존 직무 수행 능력을 높이는 업스킬링(upskilling·직무 스킬 고도화)과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리스킬링(reskilling·재교육)을 통해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특히 정년 연장으로 재직 기간이 길어지며, 중장년층의 직무 전환과 역량 재정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는 67개 직무, 850여 스킬 교육 과정을 기반으로 직무 스킬 고도화와 재교육을 아우르는 맞춤형 설루션을 제공하며, 시니어 인력의 경력 전환 설계부터 디지털 역량 강화, 세대 간 협업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스킬 향상을 지원한다.
휴먼 스킬 : AI 시대의 근본 경쟁력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휴먼 스킬(human skill·인간의 정서·인지·공감 역량)의 가치가 두드러지고 있다. AI는 데이터 처리와 예측에 뛰어나지만, 문제 본질을 파악하고 가치에 기반해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다. 잠재력을 끌어내는 리더십,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성, 공감하고 관계를 조율하는 감성 지능은 조직 성과의 핵심 요소이자, 기술이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역량이다. KPC는 AI 시대에 필수적인 여섯 가지 휴먼 스킬 핵심 영역(분석·전략적 사고, 리더십, 창의성, 감성 지능, 협업·커뮤니케이션, 회복력·자기 인식) 강화를 위한 다양한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험·관계·맥락 속에서 역량을 체화하도록 돕고 있다.
KPC의 교육 담당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내년 교육 예산은 63%가 유지, 26%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성장 둔화와 비용 절감 압박 속에서도 교육비는 줄이지 않겠다는 기업의 의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과거 인재 개발이 변화를 좇아가는 보완 기능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조직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 전략을 실행하는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세대별 교육 요구가 뚜렷하게 갈리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KPC 학습 데이터 분석 결과, Z세대(20대) 사원들은 당장 업무에 필요한 ‘직무 기초 스킬’과 ‘조직 적응’을 최우선 학습 주제로 꼽았고, 30~40대 인재들은 ‘생성형 AI 활용’과 ‘리더십 역량’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았다. 50대 이상 시니어층은 은퇴 이후를 대비한 ‘경력 전환 재교육’ 수강이 두드러졌다.
박성중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국 중 24위, 1인당 노동생산성은 21위에 머물러 있다”며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오늘의 생산성 향상은 AI와 데이터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대전환(AX·AI Transformation)이 핵심”이라며 “KPC HRD 트렌드 리포트가 보여주듯 미래 경쟁력은 AI 활용 능력과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휴먼 스킬을 갖춘 인재 양성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회장은 “생산성 혁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청년과 시니어가 모두 함께 성장하는 사회를 지향한다”며 “한국생산성본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완결된 역량향상체계를 구축함으로써 AX 시대 생산성 향상을 이끌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