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한국필립모리스 등 담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이른바 ‘담배 소송’의 2심 판결이 곧 선고될 예정이다. 폐암 환자 중 흡연자가 97%에 이를 만큼 담배는 유해성과 질병 관련성이 매우 높다. 캐나다·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는 담배 회사가 니코틴의 강한 중독성을 알고도 은폐한 사실이 인정돼 거액의 배상 책임을 지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담배 소송 1심 판결은 담배 회사들의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과연 이 같은 판결이 정당한 것인가?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현재는 담배의 중독성과 유해성에 대한 정보가 널리 알려져 있고, 성인 남성 흡연율도 1990년대 70% 수준에서 현재 30%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과거에는 상황이 달랐다.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으며, 담배 회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은폐해 왔다.

담배의 중독성에 대한 경고 문구는 2008년 이후에서야 제품 포장에 표시되었고, 경고그림이 부착된 것은 2016년 이후의 일이다. 또한 담배 회사들은 ‘순’ ‘라이트’ ‘마일드’ 같은 표현으로 마치 유해성이 낮은 제품인 것처럼 현혹하는 기만적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흡연율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많은 사람이 담배에 중독돼 건강을 크게 해쳐 왔다. 일부는 폐암 등 흡연 관련 질환으로 생명을 잃기도 했다.

담배 소송은 오랜 기간 유해성 정보를 은폐한 채 제품을 판매해 온 담배 회사 대상으로 국민 건강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흡연은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라기보다 정보 부재와 중독의 결과였으며, 그 피해 비용은 결국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충당되고 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담배의 유해성 판단에 소극적이었고 △중독성 역시 흡연자의 자유 선택 문제로 한정했으며 △흡연과 직접적 연관성이 명확한 폐암에 대해서도 “다른 요인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인과관계를 부정했다. 이는 담배 회사의 주장을 사실상 모두 받아들인 결과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질병과의 인과관계로 책임을 부담한 담배 회사가 한국 자회사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1심 법원이 흡연의 중독성·유해성, 담배 회사의 고의적인 은폐 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판단을 한 것으로 유감스럽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으로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소명이다. 오랜 기간 유해성과 중독성을 숨기고 소비자를 기만해 온 담배 회사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정의와 형평에 부합한다고 본다. 이번 담배 소송 2심 판결에서 담배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