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처가 지난 10월 1일 공식 출범했다.
1977년 ‘특허청’으로 개청한 지 48년 만에 ‘처(處)’로 승격하며, 국가 지식재산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1977년 특허청 개청 당시 2만5000여 건에 불과하던 특허·상표·디자인 등 산업재산권 출원 건수는 지난해 56만여 건으로 늘어나며 세계 4위를 기록했다.
또한 2007년부터는 세계 특허출원량의 85%를 차지하는 ‘지식재산 선진 5대 강국(한국·미국·중국·일본·유럽)’으로 자리 잡아 세계 지식재산 규범을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지식재산처 출범은 대한민국의 혁신 성장 궤적과 맥을 같이한다.
◇1882년, 지석영의 상소에서 시작된 한국 특허의 뿌리
우리나라 특허제도의 시초는 1882년 실학자 지석영 선생이 고종에게 올린 상소문에서 찾을 수 있다. 지석영은 “산업 발전을 위해 특허권과 저작권 제도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새로운 기기와 서적을 들여오고 발명자에게 전매특허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한 “나라가 발전하고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하나의 기관을 설치해 새로운 서적을 구입하고, 각국에서 사용하는 새로운 기기도 도입·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능한 젊은이들에게 과학기술 교육을 실시하고, 새로운 기계 발명자에게 전매특허권을 부여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까지 제시했다.
고종은 이에 감탄하며 시행을 명했고, 이로써 한국 특허제도의 첫 씨앗이 뿌려졌다.
◇1909년, 한국인 제1호 특허 ‘정인호의 말총모자’
1908년 한국특허령이 공포·시행되면서 통감부 특허국이 설치됐다. 이듬해 정인호 선생의 ‘말총모자’가 한국인 제1호 특허로 등록됐다. 그러나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일본의 특허제도가 그대로 적용되며 독자적 특허제도는 중단됐다. 광복 이후 미군정 시절에는 ‘특허원’이 설치돼 특허제도가 운영됐고, 1948년 정부 수립 후에는 상공부 특허국이 특허 행정을 담당했다. 1950~1960년대를 거치며 우리나라의 특허 행정은 점차 체계를 갖추게 됐다.
◇1977년, 특허행정 국제화 대응 특허청 개청
1970년대 들어 산업재산권의 중요성이 커지자, 정부는 전문화·국제화된 행정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1977년 3월 상공부 소속 특허국을 ‘특허청’으로 승격했다. 1998년 서울에서 대전 정부청사로 이전한 특허청은 1999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 기반 전자출원시스템 ‘특허넷(KIPOnet)’을 개통했다. 이를 통해 전국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출원·등록·열람이 가능해지면서, 한국 특허 행정은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했다. 이후 한국은 2010년 특허 등록 100만 호, 2019년 200만 호를 돌파하며 ‘지식재산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2025년 10월 1일, 지식재산처 출범
특허청은 지난 10월 1일 지식재산처로 승격·출범했다. 지식재산처는 다양한 형태의 지식재산을 통합 관리해 산업 혁신의 기반을 마련하고, 지식재산의 창출·활용·보호 기능까지 종합적으로 수행한다. 앞으로 지식재산처는 범정부 차원의 지식재산 정책 수립과 총괄·조정 업무를 담당한다. 또한 신설된 지식재산분쟁대응국은 지식재산 분쟁 발생 시 국가 차원의 신속한 대응을 지원한다.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지식재산 업무를 총괄·조정해 보호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신규 지식재산 보호 장치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식재산의 창출·활용·거래를 담당하는 전담 지원조직도 신설됐다. 연구·개발(R&D)로 고품질 지식재산을 확보하고, 거래와 사업화로 수익을 창출해 다시 R&D에 재투자하는 ‘지식재산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지식재산 관점에서 정부 R&D와 활용 정책이 마련되도록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해, 우수 지식재산이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수출기업 위한 ‘초고속 심사’
지식재산처는 국가 지식재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범부처 정책 수립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 국민과 기업이 만든 지식재산이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지식재산 분쟁 걱정 없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15일부터 수출기업과 관련된 특허·상표 출원 건은 한 달 내 초고속 심사에 들어갔다. 초고속 심사로 특허는 1개월, 상표는 30일 이내에 1차 심사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국내에서 빠르게 지식재산을 권리화하고, 해외에서도 핵심 기술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기존에는 특허·실용신안 1차 심사에 평균 16.1개월, 상표는 12.8개월이 소요됐다. 특히 초고속 심사는 우리 기업이 단발성 수출에 그치지 않고 개량 기술로 수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최근 3년 이내 수출 실적이 있는 제품을 기반으로 개량한 특허 및 실용신안 출원의 경우, 직접적인 수출 실적이 없어도 초고속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지식재산처는 수출 전략 수립부터 지식재산권 확보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지원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빠르게 특허를 확보하면, 그 특허를 바탕으로 미국·중국·일본 등 39개국과 시행 중인 ‘특허 심사 하이웨이(PPH·Patent Prosecution Highway)’ 제도를 활용해 현지에서도 신속하게 특허를 취득할 수 있다. 이로써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은 핵심 기술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