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대표 지경영)이 ‘2025 옥스팜 ESG 컨퍼런스’를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 사례와 캠페인을 살펴보고,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을 함께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지경영 옥스팜코리아 대표는 환영사에서 “패션은 영향력이 큰 산업이며, 많은 소비자가 패션이 공정한 환경에서 제작됐는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권도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한국 패션 산업이 지속 가능하고 공정하게 운영되기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는 의류 산업이 전체 수출 수익의 84%를 차지하지만, 생활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2%에 불과하다. 사진은 의류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모습. /옥스팜 제공

◇패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입다

첫 번째 연사인 트루시 모르셋-카힐(Thrusie Maurseth-Cahill) 옥스팜 영국 신규 파트너십 매니저는 ‘패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입다’를 주제로 글로벌 패션 기업과의 ESG 협력 및 근로자 중심 인권경영 사례를 발표했다.

모르셋-카힐 매니저는 “글로벌 대기업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주체”라며 “정부의 해외 원조보다 훨씬 큰 규모의 투자로 △일자리 창출 △기술 습득 기회 제공 △지역사회 빈곤 탈피를 위한 임금 보장 등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글라데시 사례를 언급하며 “의류 산업이 전체 수출 수익의 84%를 차지하지만, 생활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원자재 조달→제조→기업→소매→소비자에 이르는 전(全) 과정에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스팜은 이를 위해 △프로그램 파트너십 △브랜드 파트너십 △자원순환 파트너십 기반으로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상생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 버버리(Burberry)와는 ‘프로그램 파트너십’으로 아프가니스탄 캐시미어 목축업자의 시장 접근성과 기술 개발 기회를 높여 20~30% 수입 상승을 이끌었다. 또한 이탈리아 투스카니(Tuscany) 지역의 섬유·가죽 근로자에게는 공동체 통합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그 결과 보편적인 지역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브랜드 파트너십’ 대표 사례로는 영국 바버(Barbour)와 함께한 ‘바버X글래스톤베리 썸머 페스티벌’ 및 ‘바버 크리스마스 캠페인’이 있다. 옥스팜은 업사이클(Upcycle·재활용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일) 재킷을 선보이며 폐기물과 오염 저감에 기여했다.

‘자원순환 파트너십’에서는 막스앤스펜서(M&S)의 360여 개 매장에서 고객이 입지 않는 옷을 기부하도록 유도해 M&S의 탄소발자국 감축에 도움을 줬다. M&S는 6년 연속 옥스팜의 ‘가장 선망받는 NGO 협력사(Most Admired Corporate-NGO Partner)’로 선정됐다. 이와 함께 ‘세컨핸드셉템버’ 캠페인으로 셀프리지스(Selfridges)와 팝업스토어를 진행해 △셀프리지스 방문객 증가 △자원 순환 거래 비중 45% 달성 등 지속 가능한 패션의 가치를 실현했다.

옥스팜 호주의 니나 크라울리 캠페인&옹호 총괄이 '패션 산업의 근로자 중심 인권경영 실천'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옥스팜 제공

◇패션 산업의 근로자 중심 인권경영 실천

두 번째 연사인 니나 크라울리(Nina Crawley) 옥스팜 호주 캠페인&옹호 총괄은 ‘패션 산업의 근로자 중심 인권경영 실천’을 주제로 강연했다.

크라울리 총괄은 “전 세계 2760만 명이 강제노동에 노출돼 있고, 1억3800만 명이 아동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한국의 주요 수입 파트너국 중에는 현대판 노예제 위험이 높은 중국(23%)과 베트남(9%)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아시아 최초로 인권·환경 실사 의무화법을 재발의한 만큼 인권 선도국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옥스팜의 ‘왓 쉬 메이크스(What She Makes)’ 캠페인 사례를 공유하며, “진정한 인권경영은 근로자 중심의 접근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2017년 시작된 이 캠페인을 통해 옥스팜은 호주의 주요 의류 브랜드 대상으로 여성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생활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크라울리 총괄은 “기업은 생활임금 지급을 위한 단계별 약속으로 실질적인 인권경영을 실천할 수 있다”며 △공급업체 리스트 공개 △생활임금 지급 약속 △노동 비용 분리 △임금 격차 분석 및 지급 계획 공개 등 단계별 접근을 제시했다. 실제로 호주의 패션 브랜드 로나 제인(Lorna Jane)은 이 모든 단계를 최초로 완료하고 생활임금 지급을 시행한 성공 사례로 꼽혔다.

◇글로벌 인권·환경 규제 새로운 도약의 기회다!

김보미 사단법인 ‘선’ 상임변호사는 ‘인권의 관점에서 본 글로벌 패션 산업 규제법과 제도 이해’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패션 산업의 이면에는 노동권·환경권·기타 인권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규제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미국·EU·영국·일본 등 주요국의 규제 동향을 참고해 인권 기반의 선제적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패션 산업의 대응 과제로 △자사 및 공급망 전반의 인권·환경 리스크 실사 시스템 도입 △공급망 관리 전담 인력 배치 △협력사 노동 조건 및 인권·환경 정책 공개 △탄소 감축 목표 설정 등을 제시했다. 이어 “글로벌 인권·환경 규제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망 관리·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이 극대화된 시점

마지막 연사인 오지헌 법무법인 ‘원’ 파트너변호사(ESG센터장)는 ‘패션 산업의 공급망 ESG 대응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오 변호사는 KNCP(대한민국 기업책임경영 연락사무소)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며 “한국 기업은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에 능동적으로 편입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국내 수출기업 205개사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대 주요 ESG 수출 규제에 대한 인식 수준은 100점 만점에 42점, 대응 수준은 34점으로 전반적으로 낮았다”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한국 기업은 △생산기지 다변화 △원산지 규정 관리 강화 △중소기업 지원 확대 및 현장 애로 해소를 통한 비용 효율성 제고 등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공급망과 데이터 관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1942년부터 80國서 구호활동… 노동권·공정무역 이슈도 선도

옥스팜은…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시작된 옥스팜(Oxfam)은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인도적 구호활동과 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는 국제구호개발기구다. 전 세계 약 80여 개국에서 △식수 △위생 △식량 원조 △생계 자립 △여성 보호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전개하고 있다.

옥스팜은 인권·노동권·공정무역·불평등 이슈를 선도하며, 윤리무역 이니셔티브(ETI)와 공급망 평가 및 감사 플랫폼 세덱스(Sedex)를 공동 창립했다. 매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으며, 글로벌 컨설팅 기관 글로브스캔(GlobeScan)과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가 평가하는 ‘지속가능성 리더십 조사’에서 2015년부터 10년 연속 국제개발 NGO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유니레버(Unilever)·이케아(IKEA)·막스앤스펜서(Marks & Spencer) 등 ESG 경영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공급망 인권 실사 및 연구 △경영 자문 등 다양한 협력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착한 소비로 세상을 바꾼다… 시민 누구나 참여하는 플리마켓

25·26일 ‘옥스팜 슈퍼스토어’ 개최

착한 소비로 세상을 바꾸는 특별한 마켓 ‘옥스팜 슈퍼스토어’가 오는 25~26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4층 더가든에서 열린다. ‘옥스팜 슈퍼스토어’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플리마켓(flea market·벼룩시장)으로, 기업의 기증 물품으로 진행되는 바자와 다양한 체험 부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착한 소비와 기부로 시민들이 자원순환과 나눔을 실천하는 특별한 자리가 될 예정이다.

옥스팜은 이번 행사에서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을 바꾸는 5가지 약속’을 소개한다. 이 약속에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 제공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응 △건강한 자립 지원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 제공 △지속 가능한 운영 방식 등 옥스팜의 핵심 가치가 담겨 있다.

플리마켓 참가자들은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으며, 옥스팜은 이번 행사를 통해 모인 기부금 전액을 전 세계 기후위기 취약 지역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