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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단순히 효율성 향상을 넘어, 기업 생존과 성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를 도입한 기업과 그러지 않은 기업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제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제조 강국’인 한국의 기업들은 그간 축적해 온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전 사업 분야에서 빠른 혁신을 일궈내고 있다. AI는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을 자동화해 직원들이 더 가치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해 인간이 놓칠 수 있는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AI를 바탕으로 이전엔 불가능했던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AI 경영’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필수가 된 ‘AI 경영’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코리아 2024’에서 삼성전자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삼성리서치장인 전경훈 사장이 삼성의 AI 기술 확보 노력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AI를 중심으로 ‘사업의 근본’에서부터 혁신을 만들어 내고 있다. 노태문(사장)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은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2030년까지 모든 업무 영역의 90%에 AI를 적용해, AI가 현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AI로 업무의 효율성과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노 사장은 “삼성전자를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 AI로 일하고 성장해 나가는 회사로 전환하겠다”며 “AI로 경쟁력을 확보해 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갤럭시 S24 스마트폰 출시에 맞춰 AI폰 시대를 열었고, 이미 갤럭시 2억대에 AI 기능을 적용했다.

SK그룹이 올 초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에 꾸린 전시관.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과 서비스를 대거 공개했다. /SK그룹 제공

SK그룹은 ‘AI 일상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경영진부터 현장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AI 활용과 교육을 전사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가 AI 기술과 디지털 전환을 접목해 AI 경영을 빠르게 내재화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을 대상으로 이달부터 10월까지 4회에 걸쳐 ‘AI 리더십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C레벨’ 임원 등 약 100명이 단순한 기초 강의를 넘어 생성형 AI를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이른바 ‘특별 과외’를 받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작년 12월부터 충남 보령시에서 운행을 시작한 AI 기반의 수요 응답형 교통 서비스 ‘불러보령’.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완성차 중심 모빌리티 사업에 AI와 자율주행을 더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AI를 활용한 지역 교통 문제 해결, 자율 주행 실현, 스마트시티 전환을 위한 AI 모빌리티 확산 3단계 계획을 제시했다. 민·관 합동으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이달 출범한 ‘NUMA(Next Urban Mobility Alliance·누마)’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

◇IT 넘어 전 산업군으로 확산

AI 혁신은 IT(정보기술)를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LG그룹은 그룹 AI 싱크탱크인 ‘LG AI연구원’ 중심으로 전자, 통신, 바이오 분야 계열사의 난제 해결을 돕고 있다. 자체 개발 AI 모델인 ‘엑사원(EXAONE)’을 기반으로 글로벌 파트너사, 계열사들과 각 산업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 AI’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LG AI연구원은 런던증권거래소 그룹(LSEG)의 데이터, 뉴스, 공시 자료 등을 기반으로 투자 자산의 수익률 방향성을 예측하고, 보고서를 생성해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의사 결정을 돕는 금융 AI 에이전트 ‘엑사원 비즈니스 인텔리전스(EXAONE BI)’ 서비스도 개발했다

롯데그룹도 AI를 그룹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직원들이 AI를 활용해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룹 내 AI 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AI 과제 쇼케이스’에는 롯데이노베이트, 대홍기획 등 계열사 9곳이 참여해 AI 우수 활용 사례를 전파하고 있다.

GS그룹의 정유 계열사 GS칼텍스에선 AI 폐쇄회로(CC) TV를 도입,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작업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GS건설은 AI 번역 프로그램 ‘자이 보이스(Xi Voice)’를 도입해 외국인 근로자 소통 개선으로 작업 현장에서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철강 사업이 주력인 포스코그룹도 지난 6월 포스코그룹 최초로 ‘WX제로톤’ 대회를 열었다. WX(Work-way Transformation)는 포스코그룹이 디지털, AI 기술을 활용해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제로톤은 제로코딩(zero-coding)과 해커톤(hackathon)의 합성어로, AI 입문자를 위해 코딩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했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대형 항공사 중 최초로 전사 IT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겼고, 국내 항공업계 처음으로 ‘스마트 MRO(유지·보수·정비)’를 도입하는 등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항공기 부품과 시스템의 결함 시점을 예측, 예지 정비를 수행해 정비에 드는 시간, 비용을 줄였다. 지속적으로 AI 적용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주력하는 AI 기반 임무 자율화 기술을 차세대 무인기 체계에도 적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