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체가 아닌 일부만 환경부로 넘어가면 일관성 있고 종합적인 에너지 정책 수립이 어렵거나 탄력을 받기 어렵고, 에너지·기후 비용이 상승할 여지가 있습니다. 원전은 건설·운영과 수출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데 부처 기능을 이원화하면 원전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은 한국 경제성장을 위한다는 전제 하에 건전한 논의를 해야 합니다. 기후변화만을 위한 에너지 믹스를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을 토대로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와 산업 구조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
조선일보가 주최한 ‘2025 에너지산업 컨퍼런스’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합리적 에너지 거버넌스와 믹스’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서는 인공지능(AI) 확산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바람직한 에너지 정책 방향을 두고 3시간 넘게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은 환영사에서 “세계 각국은 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경제성장의 동력인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며 “이번 컨퍼런스가 한국 경제와 에너지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올해 행사에는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유연백 대한석유협회 부회장, 안중은 한국전력 부사장, 조석진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 김홍근 전력거래소 이사장 직무대행,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김정수 GS칼텍스 부사장 등 에너지 업계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전력 공급과 송배전망 건설을 책임지는 한전에서 임직원 수십 명이 참석했다. 현장을 찾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조선일보 유튜브를 통해서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합리적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에 대해선 여야가 따로 없었다. 이철규 위원장은 축사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합리적 거버넌스 없이는 AI, 반도체 등 어떤 신산업도 성장하기 어렵다”며 “기후 위기 대응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그 길은 전력 수급 안정, 산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경제성장 동력을 이어 가기 위해서는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에너지 믹스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기능 환경부 이관 재고해야”
“거버넌스는 한번 바꾸면 장기간 영향을 미칩니다. 단기적으로 손대기 어려운 중대한 문제입니다.”(이종영 산업부 전기위원회 위원장)
‘합리적 에너지 거버넌스’를 주제로 열린 1세션에선 에너지 정책의 결정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지 논의했다. 시기적으로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하는 정부 조직 개편이 가장 큰 이슈였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에너지 정책의 가장 큰 과제는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 성장을 모두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에너지 기능을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하는 걸 재고해야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전기와 가스에 대한 독립적인 규제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태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성에 기반한 요금 결정이 가능하도록 연료비 연동제 유보 제한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전기위원회 권한을 강화하고 법적 근거를 갖춘 가스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오흥복 한전 기획부사장은 “전기위원회 밑에 기술 전문성을 보유한 전력감독원을 신설하는 일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익노 산업부 에너지정책관은 “전력망 조기 건설을 위해 관련 거버넌스를 혁신하고, 공정한 전력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구조적 개선 방안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경제적 합리성 고려해야”
박종배 건국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2세션에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합리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조홍종 교수는 “우리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원의 80%가 탄소를 배출하는데,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면서 이를 청정 에너지로 전환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도 목소리를 냈다. 윤영진 GS에너지 전무는 “재생에너지만으로 안정적 전력 계통을 구성하는 데 한계가 크다”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등에 대한 보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유영욱 SK이노베이션E&S 부사장은 “미국 아마존이 울산에 AI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한 것은 안정적인 전력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라며 전력망 확충과 ESS(에너지 저장 장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홍근 전력거래소 이사장 직무대행은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면서 계통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며 “전력망을 적극 확충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법·제도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직무대행은 “전통 전원의 유연 운전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