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따르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향후 매각 예정인 공동주택용지를 △매각 중단 △직접 시행 전환 △일부 상업·비주택용지를 주택용지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토지 이용 효율화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37만2000호 이상의 주택을 수도권에 신속히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특히 서울은 여전히 주택가격 상승 여력이 크다. 하지만 지방은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및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을 고려해 이러한 조치가 마련됐다. 이번 대책은 수도권 공급 확대를 중심으로 △주택·토지 인허가 △금융 △거래 질서 △대출 규제 등을 포괄하는 종합 패키지형 정책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를 포함한 주택업계는 불합리한 관행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며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LH가 도급형 민간참여 사업을 직접 시행할 경우, 중견·중소 건설사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아울러 주택건설사업 인허가 제도 개선 등 일부 제도 개선 과제에 대해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3년간 공사비가 급격히 상승했다. 이에 더해 수도권 도심에서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 책정이 이어지면서 공공의 재정부담 능력과 부채 증가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통상 택지 개발은 △토지 보상 △단지 조성 △기반시설 설치 등 초기 단계에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대부분의 사업비는 공사채 발행 등으로 조달하지만, 투자자산 회수 기간은 택지 조성 후 최소 7~8년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공사채 이자 △원금 상환 부담 △건설경기 변동에 따른 자산 매각 불안정성이 상존한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도시개발공사 역시 그동안 LH처럼 택지 개발로 공동주택용지나 상업용지를 민간에 매각해 왔으며, 그 개발이익으로 임대주택 건설·원도심 재생사업 등 지역 수요에 필요한 공공사업을 추진해 왔다.
반면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공공기관이 직접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할 경우, 일부 도시개발공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사는 외부 변수에 취약한 재무구조를 지니고 있다. 지방공기업은 관련 법에 따라 직전 연도 말 기준 부채 규모가 3000억원 이상이거나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경우 △중장기 경영목표와 사업계획 △재무 전망과 관리계획 등을 담은 5회계연도 이상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계획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와 의회에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정부의 주택공급 목표 달성을 위해 LH와 사업 구조가 유사한 광역 도시개발공사도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일정 부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LH와 공동사업지구는 유사한 사업 구조를 띠지만, 지방개발공사는 공사채 발행 기준이나 미분양 발생 시 매입확약 계약 체결 불가 등 차별적 요소가 존재한다.
첫째, 공사채 발행 한도는 LH의 경우 500%까지 허용되지만, 지방개발공사는 법정 한도가 400%임에도 행정안전부의 발행 운영 기준상 300%(3기 신도시·지분적립형주택 등 공공주택 건설사업에 한해 350%)로 제한된다.
둘째, 채무 상환 보증이 포함된 계약이나 환매 조건부 계약, 주택건설·토지개발 사업에서 미분양 발생 시 매입확약이 포함된 계약은 체결할 수 없도록 제한돼 있다.
셋째, 현행 기금법상 임대주택 건설 시 정부 자금을 지원받더라도 지방개발공사는 이를 부채로 인식하는 반면, LH는 자본으로 인정받는 등 구조적 차별이 존재한다.
따라서 공급 목표만 강조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 없이 추진할 경우, 사업비 조달에 따른 금융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은 고스란히 개발공사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보조금 지원이나 금융이자 보전 등 실질적 재정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