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성능 및 안전,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배터리 역량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자사가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유일하게 배터리 시스템 전(全) 라인업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내재화된 배터리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배터리 셀(cell) 경쟁력을 높이고, 배터리 안전 기술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신규 개발해 고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설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도 최적화된 재료 조합을 통한 높은 에너지 밀도, 개선된 저온 성능을 확보한 5세대 배터리를 개발해 전기차 성능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다.
◇R&D의 핵심, 배터리개발센터
배터리 연구의 중추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2022년 출범시킨 ‘배터리개발센터’가 맡고 있다. 기존의 설계, 시험, 선행 개발 등 배터리 개발 관련 모든 역량을 통합한 조직이다. 이곳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에 탑재되는 모든 배터리의 시스템 설계부터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안정성 향상 등 각종 연구가 종합적으로 이뤄진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32년까지 9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현대자동차 의왕연구소에 올해 신설한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에서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개발 역량 내재화를 통해 현대차에 최적화된 배터리 CTV(Cell to Vehicle) 구조를 도입했다. 배터리와 차체가 통합된 CTV 구조는 부품을 줄이고 배터리 집적도를 개선했다. 이를 통해 이전 CTP(Cell to Pack) 대비 배터리 시스템의 중량을 10% 줄였고, 재료비도 절감했다. 동시에 냉각 기술 고도화를 통해 열 전달 성능은 최대 45% 개선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인도와 전기차 배터리 공동 연구
현대차그룹은 올해 4월 인도 최고 대학인 인도공과대학(IIT)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핵심 기술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IIT 델리, IIT 봄베이, IIT 마드라스 등 3개 대학과 업무협약(MOU)을 맺은 데 이어, 이번 계약을 통해 인도에 전동화 기술 특화 연구 거점인 ‘현대 미래 모빌리티 혁신센터’를 본격 출범시킨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 혁신센터에 2년간 약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배터리·전동화 분야를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 관련 공동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연구 과제는 배터리 셀 및 시스템, BMS, 배터리 시험 등 4개 분야 총 9건이다.
현대차그룹은 “IIT와 공동 연구를 통해 에너지 밀도, 수명, 안전성 등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성능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인도 전기차 시장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포스코·코오롱과 협업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통해 배터리 분야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4월 포스코그룹과 배터리 소재 분야 MOU를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포스코그룹은 해외 염호(鹽湖), 광산에 대한 소유권과 지분 투자 등을 통해 리튬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또 국내외 사업장에서 전기차 배터리용 수산화리튬, 양·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리튬과 음극재 등 이차전지 핵심 소재의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라며 “미국과 EU(유럽연합)의 공급망 재편과 무역 규제에 대응 가능한 배터리 원소재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2월에는 코오롱그룹 자회사인 코오롱스페이스웍스에 투자했다. 코오롱스페이스웍스는 자동차, 항공기 등에 쓰이는 소재를 개발·생산하는 첨단 복합 소재 전문 회사다. 복합 소재는 탄소섬유와 유리섬유 등을 고분자 재료와 혼합한 신소재로, 철보다 강하지만 훨씬 가벼운 특성을 가진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소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협력에 나서면서, 배터리 커버 성능 개선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안전 기술 고도화
현대차·기아는 배터리 안전 관련 기술의 고도화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적용돼 있는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의 배터리 이상 사전 진단 기술을 더욱 강화하고, 특히 외부 충격 등으로 배터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배터리 셀 간 열전이(熱轉移)를 방지하는 기술을 지속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2026년 2월 의무 적용되는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를 지난해 10월부터 시범 시행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전기차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제도는 배터리의 안전성을 정부로부터 사전에 인증받는 것으로, 전기 승용차뿐 아니라 전기버스, 전기 화물자동차의 배터리도 안전성능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부터 시행 중인 ‘전기차 안심 점검 서비스’를 무상 보증 기간과 관계없이 매년 진행해 전기차 핵심 부품을 무상 점검하는 한편 고객 신뢰도 제고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자동차 소유주가 정보 제공에 동의한 차량을 대상으로 화재 위험 정보를 자동으로 소방 당국에 알리는 시범 사업에 참여하고, 소방청과 무인 소방 로봇 공동 개발에도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