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역과 대학이 함께 숨 쉬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RISE 사업은 대학을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닌 ‘지역혁신의 엔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정부의 전략적 시도다. 기존의 중앙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역 대학을 지원하고 함께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지방 주도형 고등교육 체계’다. 대학은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지자체는 이를 뒷받침할 정책과 예산을 설계한다. 기업과 대학, 지자체가 한 팀이 돼 인재를 함께 키우고, 청년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른 산업 구조와 인재 수요를 반영해, 학교 교육과 연구가 이뤄지는 ‘맞춤형 고등교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수도권 대학과의 연계는 RISE 사업의 효과를 한층 더 확장시키는 전략적 방향이 될 수 있다. 수도권 대학은 우수한 연구 인프라와 인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지역대학과 공유함으로써 공동 교육과 연구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수도권 대학과 지역대학이 공동 커리큘럼을 운영하거나,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교육과 연구의 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또한 수도권 대학은 지역에 거점 연구소나 위성 캠퍼스를 설치해 지역 문제 해결형 연구와 창업을 지원할 수 있으며, 지역 대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의 온라인 강의나 단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넓은 학습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 반대로 수도권 대학 학생들도 지역 현장 실습이나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실무 능력을 키우고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 덕분에 학생들은 기업과 연계된 실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실질적인 경험을 쌓고, 기업은 대학의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서로가 필요한 존재가 되는 이 구조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토대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전국 15개 지자체가 RISE 시범 지역으로 선정돼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 중이며, 2025년 이후에는 전국 확대도 예정돼 있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지역 인재 양성, 대학 경쟁력 강화,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현재 다양한 학교에서 RISE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서울 시립대학교와 건국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다. 세 대학교는 어떤 방식으로 RISE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알아보자.

◇서울시립대학교 ‘서울형 혁신모델’ 구축

서울시립대학교 전경. /서울시립대학교 제공

서울시립대학교는 서울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에서 3개 프로젝트의 주관대학으로 최종 선정됐다. 이번 사업을 통해 서울시립대는 산학협력, 평생교육, 지역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울형 혁신모델’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서울시립대는 숭실대와 협력해 ▲양자·반도체 ▲바이오(BIO)·환경 ▲확장현실(AX) ▲ICT·모빌리티 ▲감성산업 등 서울형 5대 특화산업을 중심으로 기술사업화 파이프라인 전략과 현장 중심 인재양성 체계를 추진한다. 서울시립대는 S-LAB(Seoul + Soongsil for Industry: Link+ Approach+Build)플랫폼을 통해 ▲기술 검토 ▲실증 ▲사업화까지 전 주기 기업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고, 기업협력센터(ICC)-학생 트윈 시스템(Twin System)을 통해 ▲산학 프로젝트 ▲캡스톤디자인 ▲인턴십 ▲취업까지 이어지는 연계를 강화한다. 서울시립대는 삼육보건대와 함께 시민 평생교육에도 나선다. 양 대학은 각각 인문교양(서울시립대)과 직업교육(삼육보건대)을 맡아 ‘시대 교양대학’을 운영하며, 시민이 대학 전임교원의 강의를 직접 수강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삼육보건대는 피부미용, 뷰티, 헤어, 뷰티서비스 창업 등 보건·미용 특화 과정(12학점)도 제공한다.

◇건국대학교 혁신 거점대학 입지 강화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전경. /건국대학교 제공

건국대학교는 2024년 RISE 사업에서 총 5개 과제에 선정돼, 서울 지역 35개 대학 중 과제 수 2위, 과제비 규모 4위의 성과를 거두며 혁신 거점대학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주관 과제로는 ▲산학협력 생태계 활성화 ▲지역 현안 문제 해결 ▲ 미래키움 교육지원 생태계 구축이 있다. 뿐만 아니라 건국대는 연세대가 주관하는 글로벌 산학협력 선도 과제와 인공지능(AI)·바이오(BIO) 클러스터 혁신 생태계 확산 과제에도 참여했다. 이 과제를 통해 건국대는 정부 및 서울시의 ▲산업클러스터 ▲자치구 ▲초등 돌봄 정책과 연계해 ▲산학연 협력 ▲지역사회 문제 해결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있다. 또한 ▲수의학 ▲바이오 ▲첨단소재 ▲공학 등 특성화 분야를 바탕으로 KU 원헬스 기반의 케어형 에코서울(ECO-SEOUL) 모델을 제시하며 차별화된 산학협력 전략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건국대는 드림학기제와 KU자유전공학부, AI 학습 진단 시스템 ‘Dr.KU’ 등 학생 주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 혁신을 실현하고 있으며, 산·관·학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 산업 고도화와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역 상생 글로벌 대학 비전 구체화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전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제공

한국외국어대학교는 교육부 RISE 사업에 글로벌캠퍼스와 서울캠퍼스가 모두 최종 선정되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대학으로서의 비전을 구체화하고 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RISE 사업에서 글로벌캠퍼스는 ‘지역클러스터 육성형’ 트랙에 선정돼 5년간 총 100억 원의 국고 지원을 받는다. 또 한국외대는 ‘GLOW(지역에서 세계로 나아가는 기회의 물결을 주도하는 대학)’ 비전을 내세워 ▲지역 인력의 글로벌 역량 강화 ▲지속 가능한 지역-산업-대학 협력 모델 구축 ▲대학 내 혁신 관리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한국외대 서울캠퍼스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RISE 사업의 ‘지역사회 동반성장 프로젝트’ 내 ‘지역 현안 문제 해결 과제’에 선정돼 동대문구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지역 상생과 디지털 혁신을 추진한다. 또 전통시장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과 지역 청년이 협력해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고 디지털 마케팅을 활용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외대는 언어·지역학과 AI·디지털 융합 역량을 강화하며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글로컬’ 교육 혁신의 중심으로 도약하고, RISE 사업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지역 생태계와 글로벌 가치 확산에 기여하는 실천적 교육 모델을 만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