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체육관은 말 그대로 전쟁터였습니다. 일시 대피자만 5000명이 넘었고,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불안한 마음으로 대피소에 모여 있었어요.”
경북 안동시 관계자는 지난 3월 경북·경남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구호 물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굿네이버스가 전달한 의류와 생필품을 받은 한 할머니께서 눈시울을 붉히며 고마워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굿네이버스 지원은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이 되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지난 3월 21일부터 30일까지 경북·경남·울산 지역에 걸쳐 발생한 대형 산불이 진화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산림청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총 10만4000헥타르(ha)의 산림이 소실됐다. 이는 서울시 면적(약 6만ha)의 약 1.7배에 달하며 이재민은 3500명 이상 발생해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로 기록됐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비정부 기구) 굿네이버스는 산불 발생 직후 긴급구호 활동에 착수했다. 피해 지역 주민 총 8360명을 대상으로 46억원 규모의 긴급구호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 협력해 주민들의 일상 회복도 돕고 있다.
◇대피소 긴급 지원부터 맞춤형 물품까지
굿네이버스는 산불 발생 직후 피해 현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초동 대응에 나섰다. 먼저 대피소에 입소한 이재민들에게 생필품과 식료품을 지원했다. 3월 28일에는 경북 안동체육관 대피소에 무신사 후원 의류 3500벌(셔츠·양말·속옷 등)을 1차 배분했다. 다음 날인 29일에는 안동 둔치 주차장에서 소방대원 800명에게 파파존스 후원 피자 200판을 전달했다. 이후 청송 지역의 이재민과 긴급구호 자원봉사자 대상으로 피자 300판도 추가로 지원했다. 안동소방지휘본부 관계자는 “산불 진화를 위해 신속히 움직이다 보면 식사도 제대로 챙기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소방대원들에게 든든한 한 끼 식사로 맛있는 피자를 지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현장 대응을 위한 소방 장비 지원도 계획 중이다. 굿네이버스는 향후 산불 재발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1억원 상당의 25mm 소방호스 배낭 세트 64점, 소방호스 18점을 지원할 예정이다. 3월 30일과 31일에는 지역별 수요에 맞춘 물품도 전달했다. 산청군 대피소 400가구에 핫팩·식료품·생필품·의류·이불 등이 포함된 실용 키트를, 하동군에서는 700가구 대상으로 두유·수건·컵라면 등 장기 대피에 필요한 생필품 키트를 공급했다.
산불 피해 현장에서 구호물품 배분을 담당한 박범근 굿네이버스 경북사업본부 본부장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대부분 이재민이 최소한의 생필품도 부족한 상황이었다”며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위생과 학습 환경에 대한 걱정이 컸는데 직접 물품을 전달하고 ‘살아갈 힘이 생겼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정말 뭉클했다”고 말했다.
◇일상으로의 복귀 위한 장기 지원 본격화
굿네이버스는 산청·하동 지역 아동 379명 대상으로 피해 지역 학교에 ‘아동 맞춤형 키트’를 지원했다. 학용품·텀블러·손 세정제 등 위생 및 학습 회복을 위한 물품으로 구성됐으며 아동별 의류 사이즈를 조사해 티셔츠·트레이닝복 등을 직접 포장해 전달했다. 굿네이버스는 교육청과 협력해 6월 내 추가 제공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산청 및 하동의 피해 지역에는 아이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공기청정기 218대를 가정별로 설치했다.
권정은 굿네이버스 경남사업본부 본부장은 “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과 긴밀히 협력해 지원 대상 명단과 아동의 물품 수요를 파악했다”며 “학교별로 직접 찾아가 아동 건강지원 키트를 전달하며 현장의 절박함을 다시 느꼈다”고 설명했다.
피해 가구 아동 275명 대상으로 긴급 생계비 지급도 완료했다. 교육청과 협력해 전소 피해 아동 가정을 선정했으며 자녀 수에 따라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까지 지원했다. 반소(건물의 30% 이상 70% 미만 소실) 또는 부분소 가구에는 100만원씩 지급했다. 또한 임시주택에 입주한 1750 가구에는 생활가전과 식기세트 등을 지원해 보다 안정적인 일상 복귀를 도왔다. 배광호 굿네이버스 영남권역본부 본부장은 “재난을 겪은 아동들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거나 학습 집중도가 떨어지는 등 다양한 심리적 후유증을 겪는다”며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이 안정적으로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심리·정서 지원 프로그램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중곤 굿네이버스 사무총장은 “이번 산불 피해 지역 긴급구호는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피해 주민과 아동의 ‘일상 회복’에 초점을 맞춘 총체적 대응”이라며 “앞으로도 굿네이버스는 지자체·교육청 등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지역 주민과 아이들이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