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일 수 없다. 그 순간이 사진 속 모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는다.” – 캐롤 구치(2000년 퓰리처상 수상자)

“이것은 사진 콘테스트가 아니다. 그해 최고의 뉴스, 그것이 퓰리처다.” – 윌리엄 스나이더(1993년 퓰리처상 수상자)

생명을 불어넣다 /빅피쉬엔터테인먼트·Photograph courtesy Ron Olshwanger

현대사의 역사적 순간을 포착한 보도사진의 정수(精髓)를 만나볼 수 있는 ‘퓰리처상 사진전’이 오는 3월 30일까지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퓰리처상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보도, 문학, 음악상이다. 특히 퓰리처상 보도 부문은 ‘기자들의 노벨상’으로 불릴 정도로 언론계 최고의 명예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대별 퓰리처상 수상작 중 최고 수준의 작품을 엄선해 선보인다. 3년 넘도록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최근 일어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전장에서 찍힌 사진들을 비롯해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코로나 팬데믹 대혼란상을 담은 사진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퓰리처상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굶주리는 수단 소녀를 지켜보는 독수리, 네이팜탄 폭격을 피해 달리는 소녀, 베트콩 즉결 처형, 뉴욕 9 ·11 테러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을 담은 익숙한 이미지들도 전시장을 채운다.

(왼쪽부터) ① 성조기, 수리바치산에 게양되다 ② 피켓라인 ③ 베이브 루스 등번호 3번을 은퇴하다 ④ 잭 루비 오스왈드를 사살하다 /빅피쉬엔터테인먼트·Alamy Stock Photo

한반도의 뼈아픈 역사도 엿볼 수 있다. 1951년 수상작인 ‘한국전쟁’에는 수많은 피난민들이 중공군을 피해 폭파된 대동강 철교 위를 건너는 절박한 장면이 담겨 있다. 한국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김경훈 로이터통신 기자의 2019년 작품도 전시 중이다. 김 기자는 미국 국경지대에서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온두라스 모녀의 절박한 모습을 포착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사진이 보도된 이후, 평범한 이민자들에 대한 과잉 진압을 비판하는 여론이 힘을 얻기도 했다.

복잡한 국제 정세를 담은 사건 사진들은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대기별로 배치했다. 또 각 수상 사진에는 사건과 취재 상황을 기록한 풍성한 설명글이 제공된다. 수상자 인터뷰 영상과 1998년 에미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충격의 순간(Moment of Impact)’ 등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어린이용 오디오 가이드가 따로 마련돼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퓰리처상 사진전 전시 기획자 시마 루빈은 전시에 대해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퓰리처상 수상작들은 현재와 연결돼 있고 우리가 이를 이해할 지혜가 있다면 미래는 달라질 것”이라며 “사진가들이 위험한 현장을 지키는 이유”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