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 지난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루마니아 국방부와 부쿠레슈티 현지에서 1조3828억원 규모의 자주포 등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K9과 K10 외에도 정찰·기상 관측용 차륜형 장비, 탄약 등 '자주포 패키지'가 포함되면서 루마니아에 방산 토탈 솔루션을 제시한 것이 최종 계약을 이끌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대한민국은 탄약 한 발, 소총 한 자루 만들지 못했던 나라에서 세계 9위의 방위산업 수출 대국이 됐다. 올해 들어 K방산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탄도탄 요격체계 ‘천궁-II’를 수출하기로 했다. K9 자주포는 루마니아와 수출계약을 맺으며 세계 10국에서 쓰이게 됐다. 폴란드와는 K2 전차 추가 수출계약이 마무리 단계다. 러시아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천궁 등 우리 방공체계 및 155㎜ 포탄을 바라고 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 방산 수출액은 전년도 130억불을 능가해 150억불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 ‘한류’에 이어 ‘방산 한류’가 동남아는 물론 중동·유럽을 휩쓸고 있다. 다음 단계는 방위산업 본고장 미국이다. K9 자주포, 대함미사일 ‘비궁’,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 등을 필두로 미국 시장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K9 자주포·비궁으로 미국 시장 도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 육군과 이번달 미군 ‘자주포 현대화 사업(SPH-M)’ 추진을 위한 성능 시험 계약을 맺었다. 애초 미군은 자국 자주포 팔라딘을 개조할 계획이었지만 내구성 문제 등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해 미국·스웨덴·이스라엘·독일 방산 기업 5곳과 성능 시험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11월부터 관련 평가를 이어갈 전망이다.

전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 60%를 넘긴 대표 K방산 상품인 K9 자주포는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 진출을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4월에는 ‘엑스칼리버(정밀 유도 연장 사거리 155㎜ 포탄)’ 실사격 시험에서 표적을 명중시키며 미국산 탄약 호환성을 검증했다. 미 육군협회(AUSA) 방산전시회에서는 K9 자주포의 성능개량 버전인 K9 A2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탄약과 장약을 자동으로 장전하고 최대 발사 수를 기존 6발에서 9발로 늘렸다. 사거리도 기존 40㎞에서 50㎞로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6개국에 이미 진출한 K9 자주포가 ‘꿈의 무대’ 미국에 수출될 경우 K방산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차세대 자주포 사업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자주포를 철저히 검증해서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라며 “미국 시장을 뚫어야만 진정한 자주포 강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업체의 노력 외에도 외교, 국방, 정책 등 다방면의 지원과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K9 엑스칼리버 사격.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LIG넥스원이 개발한 대함 유도로켓 ‘비궁’은 미국 수출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궁은 소형 고속정 같은 바다 위 적을 겨냥하는 직경 2.75인치(약 7㎝)짜리 유도 로켓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미 해군과 소통하며 소요제기에 나섰고, 지난 7월 한·미 해군 등이 참여한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서는 미국 국방부의 성능 평가 실험에 참여, 최종 시험 발사에서 6발 모두 표적을 명중시키며 주목받았다. 현재는 미국 해군에서 도입을 위한 예산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알려졌다. 실제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국산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도 미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8년 입찰을 목표로 해군 고등 훈련기 도입을 추진 중인데, 여기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T-50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 업체 보잉 밀어주기를 하지 않는다면 T-50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비궁. /LIG넥스원 제공

◇“에이브럼스보다 K2 전차가 좋다”

우리 무기체계가 방산 본고장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이유는 뛰어난 품질 덕분이라는 평가다. 최근 폴란드 국방부 관련 매체는 “K2 전차가 효율적이고 빠르고 기동성이 뛰어나 각국 주력 전차의 성능을 능가한다”며 “K2 전차를 미국 에이브럼스(Abrams) 전차보다 더 좋아한다”는 폴란드군 대위 인터뷰를 전했다. 독일 레오파르트 2A7, 미국 M1A2 에이브럼스 등 외국의 유명 전차에 비교해도 성능은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외국군에서도 나오는 것이다. 현대로템이 만드는 K2 전차는 자동장전장치를 갖춰 6초 이내에 재사격이 가능할 뿐더러, 일반 전차보다 1명 적은 3명으로도 운용이 가능하다.

폴란드·인도네시아·필리핀 등 6개국에 수출된 T-50 계열도 다양한 장점으로 어필하고 있다. 미국 전투기 F-16 과 닮은 점이 많아 조종사 훈련시간 절감이 가능하고 훈련기와 경전투기(FA-50)등으로 다목적 운용이 가능하다.

◇MRO로 방산영토 확장

K방산은 무기 체계 수출을 발판 삼아 유지·보수(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연간 20조원 규모의 미해군 함정 MRO 시장에 진출했다. 이에 따라 미해군 군수지원함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해함 전체에 대한 정비 및 검사를 받게 된다. 또한 조선소의 플로팅 설비를 활용한 육상 정비 작업도 수행될 예정이다. 미군이 우리 정비능력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 인수와 더불어 MRO 사업 수주로 미해군 함정 건조 사업에도 진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KAI도 최근 필리핀 공군이 운영하는 FA-50PH 항공기에 대한 PBL(성과기반 군수지원·Performance Based Logistics)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국이 해외에 수출한 항공기에 대해 PBL 사업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KAI는 제작사로서 필리핀 공군이 보유한 FA-50PH 12대에 대한 정비와 부속품 소요 산정, 재고 관리 및 항공기 운영을 위한 기술 지원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보통 30~40년 이상을 운영하는 항공기는 구매 비용보다 후속 지원 비용이 2~5배에 달한다는 게 KAI 측 설명이다. 향후 추가 수익이 기대된다.

K방산은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방산 선진국을 따라잡고 있다. 가성비·현지화·납기를 주무기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첨단기술 개발에 더 투자해야한다는 전문가들 목소리가 높다. 또 최근 폴란드와 캐나다의 잠수함 수주전에서 한국 업체 2곳이 맞붙으며 과열 경쟁 상호 비방에 나서고 있는데 ‘원팀’ 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