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구청장(오른쪽)과 김경민 ESG사회혁신센터 소장이 성동구청 구청장실에서 '성동구는 어떻게 경제적 성장과 포용성을 동시에 이룰 수 있었나'라는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성동구

성동구는 최근 경제적 성장과 포용성을 동시에 실현하며 주목받는 자치구로 떠올랐다. 특히 3선인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2014년 취임 이후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를 충족하기 위해 ‘포용도시’ 개념을 도입,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성을 강조해왔다. 그 결과 성동구의 ‘행복지수’는 2013년 24위에서 최근 2위로 뛰어올랐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적 태도’는 25위에서 1위로 수직 상승했다(2023년 기준 서울시 서베이 조사 결과). 한편 성동구의 GRDP(지역내총생산량) 성장률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다(2022년 기준). 정원오 구청장은 김경민 서울대학교 ESG사회혁신센터 소장과 최근 만나 ‘성동구는 어떻게 경제적 성장과 포용성 강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었나’라는 주제로 대담했다.

정 구청장은 성동구가 ‘포용도시’에 다가설 수 있었던 비결로 ‘E+ESG’ 전략을 꼽았다. 흔히 통용되는 ‘ESG(환경·사회적 책무·지배구조 개선)’에 ‘Economy(경제)’를 더한 개념이다. 정 구청장은 “‘포용도시’의 실현에는 ESG 경영이 필요하다”면서도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도시에 모이는데 경제적 기반이 튼튼하지 않으면 이를 실현할 동력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제적 성장만이 답은 아니라고 했다. 경제적으로 아무리 성장해도 일부에 혜택이 집중되면 도시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다양성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추진한 것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이다. 성동구는 지역 상권 보호와 임대료 안정화를 위해 ‘상생 협약’을 제안, 건물주들이 임대료 인상률을 자발적으로 제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관내 건물주와 임차인의 절반 이상이 협약에 참여했다. 정 구청장이 일일이 건물주들을 찾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말자”고 설득한 것이 통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의 핵심 수단인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성수동 일부에서 전역으로 확대한 바 있다. 김 소장은 “미국 뉴욕주는 상권활성화와 관리를 위한 협력체인 ‘BID(사업진흥지구·Business Improvement Districts)’를 운영한다”며 “성수동의 사례는 ‘한국형 BID’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대담 중인 정원오 성동구청장. 정 구청장은 "경제 성장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상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성동구

‘비즈니스 요충지’로 거듭난 성수동의 변화는 놀랍다. 정 구청장은 성수동 일대에 대해 “향후 지역경제의 핵심 동력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고 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을 비롯해 ‘도시재생사업’, ‘붉은 벽돌 건축물 지원책’ 등은 모두 정 구청장이 고안해 낸 아이디어다. 이런 정책들은 성수동에 독특한 정체성을 부여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성동구의 누적 GRPD(지역내총생산량) 성장률은 33.45%에 달한다. 여기에는 성수동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 김 소장은 “영국의 비즈니스 클러스터 ‘카나리 와프(Canary Wharf)’는 중앙정부의 지원에도 초창기 디벨로퍼의 파산 등 어려움을 겪었다”며 “성수동은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서울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떠올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또 ‘지속 가능한 발전은 인재를 통한 기술 진보에 달려있다’고 주장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로머(Paul Romer)의 말을 인용하며 “성수동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이 지역의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이 성수동으로 이전한 후 ‘인재 영입’이 수월해졌다는 조사 결과도 언급했다. 다만 성수동에 집중된 비즈니스 기능의 분산은 숙제라고 봤다. 정 구청장은 “왕십리역 GTX-C 유치와 역사 주변 고층 비즈니스 타운 조성 등을 통해 균형 발전을 꾀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정 구청장은 ‘상생’을 꼽았다. 그는 “다수결에 의존해 소수와 소통하지 않으면 모두가 소수파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정책을 추진할 때 70%가 찬성한다고 나머지 의견을 묵살한다면 30%는 돌아서게 됩니다. 남은 70% 중 다른 정책에서 또다시 70%만 찬성할 경우 과반은 무너집니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만장일치’를 추구해야 상생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 정 구청장의 지론. 김 소장은 “한쪽을 타자화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전략을 취한 것이 성동구 발전의 핵심으로 보인다”며 “서울시의 사회통합지수가 최근 큰 하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성동구의 사례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정원오 구청장은

서울 유일의 3선 구청장으로 성동구의 ‘터줏대감’이다. 1995년 양천구청장 비서실장에 발탁되면서 정치권에 진출했으며, 성동구 도시관리공단 상임이사 등을 지냈다. 2014년 민선6기 성동구청장에 처음 당선된 뒤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을 진두지휘하며 성수동을 서울 대표 ‘핫플레이스’로 만드는 등 지역 브랜드를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김경민 소장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사회혁신전공 교수 겸 ESG사회혁신센터 소장. 2008년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도시계획·부동산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2009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각종 저서를 통해 ‘집값 폭락’ 등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예견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본지 주말판 ‘아무튼, 주말’에 부동산 트렌드를 소개하는 ‘김경민의 부트캠프’를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