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에서 강진 엄마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몰라요.” 전남 강진에서 생후 4개월 영아를 키우는 박정현(36)씨는 강진의 육아수당 금액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친구가 ‘육아수당 때문이라도 강진으로 이사 오고 싶다’고 한다”며 “든든한 육아수당이 있으니 앞으로 고향 떠날 일은 없다”고 말했다.
강진군이 2022년 10월 도입한 월 60만원의 ‘강진형 육아수당’이 인구소멸 위기에 빠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부모 소득과 자녀 수에 상관없이 0~7세 아이를 둔 가정에 매달 육아수당을 지급하자 출생률도 덩달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군에 따르면 올해 1~3월 강진 출생아 수는 5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29명) 대비 79.3% 증가했다. 연간 기준 출생아 수는 군이 육아수당을 막 도입한 2022년 93명에서 지난해 154명으로 65.6% 늘어났다. 이후 출생률은 꾸준히 증가세로 돌아섰고, 올해 전망도 밝다. 전남 전체 사정은 다르다. 올해 1분기 기준 전남 22개 시·군 평균 출생률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2% 감소했다.
강진군이 파격적인 육아수당 정책 카드를 꺼낸 것은 인구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육아수당을 도입하기 전 2021년, 강진은 정부로부터 인구소멸 위기지역으로 지정됐다. 군 인구는 1965년만 해도 지금의 4배인 12만7878명에 달했다. 출생아는 줄고 노인 인구가 가파르게 늘면서 올해 1월 1일 기준 인구는 3만2722명으로 확 줄었다. 만 65세 이상 노인은 1만2399명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강진형 육아수당이 실질적인 출산율 증가를 이끌었다고 강진군은 분석한다. 지난 4월 기준 관내 육아수당 지급 대상자는 총 265명으로 이 중 75%에 달하는 200명이 육아수당 도입 전부터 강진에서 거주하면서 아이를 낳았다. 작년부터 나타난 출산율 증가세가 타 지역 인구 유입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진군이 지난해 8월 육아수당 대상자와 임부등록자 16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9.4%가 ‘육아수당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 ‘육아수당이 현재 출산에 영향을 줬다’는 답변도 66.4%에 달했다. 육아수당이나 돌봄 등 정책을 확대할 경우 추가 출산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72.7%가 ‘그렇다’고 답했다. 자녀를 더 낳을 생각이 있다고 응답한 부모 중 49.4%는 육아수당을 이유로 꼽았다.
당시 설문 응답자 69%는 육아수당을 생활비로 사용한다고 했다. 지난 1월 1일 강진군에서 올해 첫 아이를 출산한 백인경(28)씨는 육아수당에 대해 “‘애기월급’인 만큼 소중하게 잘 쓰고 있다”고 했다. 백씨는 “강진군 육아수당은 고물가에도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은 부모의 살림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다”며 “식당이나 편의점을 물론이고 군내 대부분 소상공인 업소에서 사용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군이 2022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지급한 육아수당은 총 17억2000만원 상당이다. 자녀 1명당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기 때문에 지난해 4월 강진에서 세 쌍둥이를 낳은 이동훈(42)·김미나(42) 부부의 경우 월 180만원, 7년간 1억5120만원의 육아수당을 받을 수 있다. 강진군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의 경우 월 10만~30만원, 연간 지원금액으로 따져보면 1000만원 상당을 주는 곳도 있지만 강진군은 부모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육아수당으로 준다”고 설명했다.
앞서 강진군은 현실적인 지원 금액을 산정했다. 한 자녀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비용의 70%는 지원해야 한다고 봤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도 보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자녀의 한 달 평균 양육비는 86만3000원이었다. 월 60만원의 육아수당을 산정한 이유다. 2022년 10월 이후 강진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는 자녀 1명당 5040만원의 육아수당을 지역상품권 형태로 84개월 동안 받는다. 아이를 낳은 뒤 강진군으로 이사온 부부라도 전입일로부터 6개월만 지나면 0~7세 아이 1명당 월 60만원의 육아수당을 받을 수 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강진형 육아수당으로 인한 유의미한 출생률 증가효과가 증명된 만큼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양육지원을 비롯해 돌봄·놀이·교육 등 아동의 성장과정에 필요한 전반적인 정책과 아동친화도시 조성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