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세계적으로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백신, 항체, 유전자 치료제 등 생산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생산에 사용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시장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산업은 지난 2021년 5041억 달러에서 2027년 9114억 달러로 연평균 7.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바이오 소부장 시장은 상위 5개의 글로벌 기업이 전체 시장에서 75%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데, 대부분 미국 기업이다. 보스턴은 미국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글로벌 톱 20의 제약사 중 19개사가 보스턴에 있다. 1000개가 넘는 바이오테크 연구기관이 밀집돼 있어 ‘지구상 가장 혁신적인 평방 마일’로 불린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미래 먹을거리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북을 ‘아시아의 보스턴’으로 만들겠다며 정부의 바이오 특화단지 공모에 도전장을 냈다.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로 핵심 소부장 공급망을 구축하고 글로벌 기술 격차를 좁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전북도의 구상이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27일 “바이오 특화단지를 준비하면서 전북이 지난 20년간 다져온 바이오산업 육성 기반과 혁신역량을 확인했다”며 “전북형 바이오산업이 미래 먹을거리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의 강점을 살려 특화단지를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전북 미래 책임질 ‘바이오 특화단지’
전북도는 지난달 2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바이오 특화단지 공모에 신청서를 냈다. 신청서엔 ‘전북을 첨단 재생 바이오 의약품 기반 글로벌 생명경제 혁신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전북도는 오가노이드 기반 첨단 바이오 의약품 초격차 기술혁신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나 장기기반 세포에서 분리한 세포를 배양하거나 재가공해 만든 장기유사체를 말한다. 대체로 신약개발 및 질병치료, 인공장기 개발 등의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화이트(화학·에너지), 그린(농업·식품·자원), 레드(보건·의료)로 구분하는데 미래의 레드바이오산업에 있어서 오가노이드는 진단과 처방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오가노이드 시장은 인구 고령화와 개인 맞춤형 의약품에 대한 수요 증가에 따라 연평균 22.1% 성장이 예상된다.
전북도는 바이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예산 8943억원을 연구개발, 테스트베드, 인력양성, 기업유치, 창업지원 등에 투입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화단지 지정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는 2029년 기준 누적 일자리 17만개, 누적 생산액은 46조원으로 분석됐다.
바이오 특화단지 지정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되자 이번 공모에는 전국에서 10여개가 넘는 지자체에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응모 지자체를 대상으로 검토·평가, 심의·의결을 거쳐 올해 상반기 특화단지 대상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핵심 기반 시설 구축과 국·공유 재산 사용료 감면, 예비타당성 조사 특례 등 각종 지원이 이뤄진다. 전북도 관계자는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 신청의 후속조치로 바이오 기업 추가 유치와 인프라 조성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산업 혁신역량 집결
전북도는 전주와 익산, 정읍 등 3개 시·군을 하나로 묶어 바이오 특화단지(1374만㎡·여의도 4.7배)를 만들 예정이다. 전북에는 모두 27개의 바이오 분야 연구기관이 모여 있다. 이들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 소재 DB는 미생물, 농식품 등 총 56만종에 달한다. 이는 국내 최고·최대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된 전주와 정읍 등엔 10개의 국립·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있다. 대전을 제외한 연구개발특구 중 가장 우수하고 집적화된 R&D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첨단농업, 종자, 식품, 발표 미생물, 방사선융합, 탄소소재 등 국가적 R&D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다른 특구와 차별화된 점이다.
전북도는 이를 기반으로 전주를 오가노이드 기반의 소부장 산업화 촉진지구로 육성한다. 익산은 글로벌 인체·동물 첨단바이오 생산지구, 정읍은 중개연구·비임상기반 바이오소재 공급지구로 만들 예정이다.
전북엔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 성과를 실용화할 수 있는 기업도 많다. 2022년말 기준 연구소기업 195개가 설립됐고, 첨단기술기업 23개가 지정됐다. 도는 기술이전 사업화 과제지원에 318억원을 투입해 투자연계를 817건 이뤄냈다.
연구기관에 그치지 않고 전북은 국내에서 인구대비 가장 많은 의료기관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 또한 레드 바이오산업 경쟁력 확보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전북지역엔 종합병원 13개, 병원 61개 등 모두 1364개 의료기관이 있으며 의사 수는 모두 3694명이다.
또한 전북은 바이오 관련 대학·대학원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매년 국내 평균 이상의 바이오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엔 전북대, 전주대, 원광대, 우석대, 군산대 등 5개 대학 35개 관련 학과에서 1247명의 전문인력이 졸업했다. 대학원의 경우 9개 대학원 소재 38개 학과에서 251명의 졸업생을 양성했다.
◇아시아 보스턴 프로젝트
김관영 도지사는 올해 초 미국 바이오산업의 중심지인 보스턴을 방문했다. 미국 내 바이오 클러스터가 형성된 보스턴에서 관련기업과 혁신연구기관, 산학연계프로그램 등을 돌아보며 각 기관·기업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김관영 도지사는 먼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기계생물학연구실을 방문해 세계적 석학인 로저 D 캄 교수와 세계연구동향을 공유하며 전북도와 협력 체계 구상을 논의했다. 70년 역사를 자랑하며 산학협력을 통해 바이오, 인공지능(AI),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군의 스타트업 육성 메카로 자리 잡고 있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산학연계프로그램(MIT ILP)의 운영 상황도 살펴봤다.
김 지사는 글로벌 제약 기업으로 급부상한 모더나를 방문해 패트릭 벅스테드 총괄부사장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미래 팬데믹에 대비한 백신과 신약개발 등 의약품 산업의 발전 방향과 전북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출장을 마친 김 지사는 “전북을 아시아의 보스턴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전북이 바이오산업 걸음마 단계이지만 전 세계 바이오 기업이 몰려 있는 보스턴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바이오산업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북도는 현재 특화단지 유치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고 하버드의대, MIT, KIST 유럽연구소, 웨이크포레스트 등 글로벌 대학 및 바이오 기관과 공동연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산업 네트워크 구축
전북도는 바이오 특화단지 조성을 위해 기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넥스트앤바이오와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등 선도기업 2곳을 포함해 JBK LAB, 레드진, 인핸스드바이오 등 도와 투자협약을 맺거나 예정인 기업이 13개사에 이른다. 이들 기업의 투자 예정액은 48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에 투자를 결정한 양지훈 넥스트앤바이오 대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바이오 혁신기관이 있다는 점과, 신약 치료제 개발의 첫 관문인 비임상 시험 패스트트랙 지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와 전북에 투자를 결심하게 됐다”며 “전북도의 지원을 발판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다”고 했다.
전북도는 지역 기관과 협업도 이어가고 있다. 정읍에 있는 4대 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북분원과 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분소,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농축산용미생물산업 육성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에 협력하기로 했다. 연구개발과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사업 발굴에도 힘을 모을 계획이다.
전북도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전북대병원·바이오협회와 전략을 수립하고 전북테크노파크·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 등 도내 혁신 기관들과 특화단지 추진단도 가동하고 있다. 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북분원, 국립농업과학원 등 국·공립 연구기관 27개소와 네트워크 구축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인 전북대병원 및 원광대병원의 인프라 활용 등 협업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