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고령화’다.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22년 84.1세로 늘었고, 2070년에는 91.2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모두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면 행복한 결말이다. 하지만 건강수명(유병 기간 제외 기대수명)은 큰 변화 없이 65세 부근에서 머물고 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노인 인구 급증에 따라 인지장애 환자도 늘고 있다. 현재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 이 가운데 최근 획기적인 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는 도나네맙(Donanemab)·레카네맙(Lecanemab) 등이 특정 환자에게 기억손상과 인지능력 감퇴 속도를 수 개월가량 지연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약제들이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며,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군(群) 역시 제한되어 있다. 심지어 일부 환자에게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인지기능 저하의 조기 예방 및 치료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가미귀비탕 복용 연구’ SCIE급 국제학술지 게재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뇌신경센터 한방내과에서는 인지장애 연구 및 진료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박정미 교수팀의 ‘인지장애 환자 의무기록을 분석한 후향적 차트 리뷰 연구’ 결과가 지난 1월 15일 SCIE급 국제학술지인 ‘헬리온(Heliyon)’에 게재됐다. 해당 연구에는 △주관적 인지 저하 △경도인지장애 △알츠하이머형 치매 △혈관성 치매를 진단받고 인지기능 저하가 있는 환자 중, 90일 이상 가미귀비탕을 복용하고 치매 검사 도구인 한국판 간이정신상태검사(MMSE-K)에 복용 전후로 참여한 환자들만 포함됐다. 총 31명 대상자 분석 결과, 가미귀비탕 복용 전과 비교해 복용 3개월 및 9개월 후 MMSE-K의 총점이 유의하게 개선됨이 확인됐다.
특히 복용 3개월 시점에서는 시간과 장소, 상황이나 환경 따위를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인 ‘지남력 점수’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주의 집중력 및 계산 항목은 시간에 따라 유의한 증가를 보여 인지저하의 다양한 증상들이 호전됨이 확인됐다. 또한 노인의 우울 증상에 사용하는 척도인 S-GDS 점수는 가미귀비탕 복용 후 모든 시점에서 유의미하게 호전되었다.
뇌졸중 후 인지 저하의 경우, 일반적으로 발병 후 3개월까지 자연적 호전을 보인 후 큰 폭의 호전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혈관성 치매군이 가미귀비탕 복용 9개월 차에 유의한 MMSE-K 총점 호전을 보였으며, 시간에 따른 유의한 호전도 관찰돼 가미귀비탕의 장기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본 연구는 분석 대상자 수가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인지기능 관련 평가도구로 사용한 MMSE-K는 진료 현장에서 쉽고, 짧은 시간에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미한 인지장애를 감지하기에는 민감도가 낮다는 등의 단점이 있다. 추후 이러한 점들을 보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한약 가마귀비탕… 실제 진료실 기록 기반으로 인지장애 개선 효과 확인
연구에 사용된 가미귀비탕은 불면·정신불안·신경과민 등의 적응증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고 시판 중인 한약이다. 이미 경도인지장애 대상으로 가미귀비탕의 인지 효과를 확인하는 예비연구가 이뤄졌다. 그 결과 ‘인지 저하에 일부 유효하다’고 밝혀졌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팀은 ‘임상 3상’ 연구 중이다. 경도인지장애 환자 대상으로 가미귀비탕의 인지 효과를 확인하는 무작위 대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무작위 대조 연구와 달리 이번 국제저널에 실린 본 연구는 ‘실제 진료실에서 치료하고 평가한 기록’ 기반으로 가미귀비탕의 인지장애에 대한 개선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인지 개선뿐 아니라 우울 증상 완화의 목적으로도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또한 기존의 연구와 달리 연속 복용 기간이 길었으며, 3개월 간격으로 여러 차례 평가를 시행해 시간 경과에 따른 경향성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문의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뇌신경센터 한방내과 (02)440-7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