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이나 칵테일에 따라다니는 게 있다. 바로 얼음이다. 얼음 크기나 모양에 따라 제조된 음료의 맛이 바뀐다. 바텐더들은 음료 온도부터 얼음이 희석되는 농도까지 계산해서 최종 결과물을 내놓는다. 이 중에서 한 가지만 잘못돼도 맛의 밸런스가 무너지고 술 맛을 버리게 된다.
집에서 얼린 얼음은 뿌옇고 빨리 녹는다는 느낌이 든다. 반면 몰트 바에서 제공하는 얼음은 투명하고 단단해서 쉽사리 녹지 않는다. 이는 기분 탓이 아니다. 얼음이라고 다 똑같지 않다. 어떻게 얼리느냐에 따라 녹는 속도와 강도가 달라진다. 몰트 바 얼음과 가정용 얼음은 얼리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바의 경우 천천히 얼린다. 가정에서 얼리는 얼음보다 높은 온도에서 얼린다는 뜻이다. 가정용 냉장고의 경우 영하 18도에서 급속으로 얼리는 반면, 바에서는 물이 어는 점(0도)에 최대한 가까운 온도로 48시간 이상 오래 얼린다.
급속으로 만들어지는 얼음은 분자구조가 불안정하고 기포와 틈이 발생해 약하고 빨리 녹는다. 일반적으로 얼음은 표면부터 얼기 때문에 공기가 가운데로 몰려 기포의 흔적이 남는다. 얼음이 불투명해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얼음을 천천히 얼릴 경우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므로 투명하고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진다.
얼음은 모양에 따라 녹는 속도도 달라진다. 음료와 얼음이 닿는 표면적이 넓을수록 얼음은 빨리 녹는다. 최대한 모서리 없이 둥글게 카빙된 얼음은 각진 얼음보다 음료에 닿는 면적이 좁기 때문에 더 천천히 녹는다. 크고 단단한 얼음일수록 음료 본연의 맛이 유지될 수 있게 해준다.
한편, 인류가 음식에 얼음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400년쯤 페르시아인들은 ‘야크찰’이라고 불리는 얼음집을 만들고 식품이나 음료 등을 보관했다. 18세기까지 얼음은 귀족들만 즐길 수 있던 사치품이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얼음왕’으로 불렸던 미국의 사업가 프레데릭 튜더가 냉장법을 개발하고 운송 시간을 단축하면서 얼음을 널리 유통시켰다. 그는 1856년까지 유럽과 인도 등 전 세계 43국에 얼음 창고를 깔고 연간 500만t이 넘는 천연빙을 팔았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최초의 가정용 냉장고는 1913년 미국인 프레드 울프가 개발했으며 1918년에 캘비네이터사 제품이 보급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초창기 냉장고는 너무 비싸 일반 가정에서 쓰기에는 부담이 컸다. 1925년 제너럴일렉트릭사가 생산한 ‘모니터 톱’ 냉장고가 실질적인 대중화를 이끌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0년대 후반까지 한강에서 얼음을 채취하는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서빙고동’과 ‘동빙고동’은 조선시대 얼음을 저장하는 창고가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국내에서는 1965년 금성사(현 LG전자)에서 첫 국산 냉장고를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