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로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친환경 농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익적 가치를 보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친환경자조금)는 친환경 농업인과 지역 농협 등이 납부한 갹출금에 정부 지원금을 더한 재원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다. 친환경 농산물을 홍보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것을 비롯해 판로 확대, 수급 조절, 교육 및 연구·개발, 제도 개선 등 친환경 농업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주형로 친환경자조금위원장은 “친환경 농민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친환경 농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익적 가치를 보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농업인의 숫자가 줄어드는데, 친환경 농업 활성화 방법은?

“아직은 농업을 바라볼 때 ‘경제’의 가치로 바라본다. 이런 상황에서는 친환경 농부들이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조금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 지금은 농민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자재상을 도와주는 방식이다. 모든 보조금을 ‘공익적’ ‘다원적’으로 판단해 교육·환경·문화 예술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야 한다.”

-친환경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설명해 달라.

“친환경 농업에는 ‘교육적 가치’ ‘환경적 가치’ ‘문화·예술적 가치’라는 세 가치가 있다. 교육적 가치는 자연을 통해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가치를 말한다. 45년간 농사를 지어보니 자연이 가장 큰 스승이었다.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생명과 사랑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이것은 문화·예술적 가치와도 이어진다. 내가 오리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데, 앞에서 ‘꽉꽉’ 하고 오리 소리를 내면 오리들이 따라온다. 그리고 농약을 쓰지 않으면 벌레 수백 종과 온갖 생물이 땅에 살아 숨 쉬게 된다. 농약을 쓰지 않은 논밭, 그 자체로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고 생태 교육의 터전으로 쓸 수 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빨리 유치원,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논밭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 요즘 환경적 가치가 가장 주목받는다.

“최근 들어 끊임없이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돼지열병 같은 가축 전염병은 물론이고 메르스, 코로나까지 계속됐다. 최근에는 빈대가 골머리다. 그야말로 전염병의 시대다. 이건 자연의 밸런스가 안 맞아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농사를 짓다 보니 어느 날부터 벌레 떼가 휩쓸고 가는 것 같이 예전에는 없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친환경 농업은 이런 균형을 잡는 환경적 가치가 있다. 농업을 경제적 가치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 농업 단계에 따라 가치도 달라지나.

“1단계는 일반 농업, 2단계는 제초제를 1회 사용하는 농업, 3단계는 무농약, 4단계는 유기 농업, 5단계는 순환 농업으로 구분해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자연 상태의 땅에 아무것도 투입하지 않는 자연 농업이 피라미드 구조의 꼭대기에 있어야 한다. 그 가치를 인정받으면 점점 위 단계로 가려고 농법을 바꾸는 농부들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일반 농업으로 생산한 농산물과 가격 차이는 10% 정도만 두고 판매해야 한다. 그 정도가 소비자가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가치의 보전은 나라에서 해줘야 한다.”

제주시 화북동에 있는 요요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주형로 위원장과 함께 생태 교육을 받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 친환경 농업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장기적 과제는?

“유치원, 초등학생 교육이다. 예전에는 학교 텃밭과 동물 농장에서 자연스럽게 생태 교육을 했다. 그런데 이런 교육 공간이 없어지고 아이들은 경쟁의 바다에 던져졌다. 요즘 아이들 문제는 아이들을 일등주의, 입시주의 속에 던져 넣은 어른들의 잘못이다. 홍성군에서 ‘도심 속 논 학교’를 하면서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텃밭 교육을 시행했는데, 자연스럽게 욕설과 폭력이 없어졌다. 텃밭 교육이 곧 전인교육이 된 것이다. 처음엔 세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했는데, 지금은 충남에서 도심 속 논 학교를 하는 학교가 160개로 늘어났다.”

- 이후 활동 계획은?

“4년간의 친환경자조금관리위원장 생활을 마치고, ‘전 위원장’으로서 전국 생물 다양성 협의회를 창단할 예정이다. 아직 국내에는 생물 다양성 전국 조직이 없다. 준비는 거의 마쳤고 2024년 3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은 생물 다양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간접적으로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친환경 농업을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