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미 청장이 2023년 9월 국제연합 고위급 회의에서 한국의 팬데믹 ▲준비 ▲대비 ▲대응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질병관리청 제공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세계보건총회에서 팬데믹에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규범과 체계를 만들기 위해 현 국제보건규칙을 개정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에 감염병 위기가 발생했을 때 각국의 발 빠른 협조를 끌어낼 수 있도록 WHO에 더욱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정보공유 등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 백신 개발과 배분에 있어서 전 세계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팬데믹 대응 필수자원의 국가 간 형평성을 제고하는 내용이 포함된 ‘팬데믹 조약’도 논의되고 있다. WHO 회원국 194개로 구성된 정부 간 협상 기구는 지난해 12월 팬데믹 협약 구상에 합의했고 내년 5월 세계보건총회까지 조약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마디로 코로나를 거치며 감염병 재난은 전 세계가 함께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뼈아픈 교훈에서 나온 조치들이다.

감염병은 여전히 인류의 대응체계를 시험하고 있다. 코로나는 엔데믹으로 남아 여전히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계절독감과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같은 감염병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감염병으로 인한 보건안보 위기에 대응하고자 2014년 출범했던 글로벌보건안보구상(Global Health Security Agenda, 이하 GHSA)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그 활동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GHSA는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위기 이후 감염병 위기를 국가 안보의 위기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자 국가들과 국제기구가 모인 협의체다. GHSA는 ▲백신접종 ▲감시체계 ▲항생제내성 등 세부 분야별로 선진국이 보건 취약국의 역량 강화를 도모하는 방식의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에 2022년 서울에서 개최된 장관급 회의에서는 한국에 글로벌보건안보 조정사무소를 설치해 GHSA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담긴 ‘신서울선언문’이 각국 보건 장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채택됐다. 이는 글로벌 보건 안보 강화를 위한 GHSA 기능과 조직 보강이 필요하고, 다음번 세계적 위기 대응에도 국가간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절박감이 표현됐다고 볼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경험과 미래 팬데믹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일본, 중국, 싱가포르, 두바이, 태국, 몽골 등의 보건당국과 WHO, 감염병대비혁신연합 등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질병청을 방문해 면담을 가졌다. 한국은 12월 11일 질병관리청 안에 글로벌보건안보 조정사무소를 설치해 이와 같은 국제적 협력활동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정사무소는 단기적으로 사무국 기능을 수행하면서 GHSA가 실질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협의체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향후 WHO, 세계은행 등 주요 다자기구와 협력사업을 발굴하고 여러 국가의 전문가들과 연계하면서 한국 사무소가 미래 팬데믹에 대응하는 전문가 네트워크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미래 비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