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K-바이오’의 수출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보툴리눔 톡신 수출액은 2억5191만달러(한화 약 3408억8000만원)로 작년 같은 기간(2억1622만달러)보다 16.5%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며, 지난해 연간 최고 수출액(2억9630만달러)을 넘어설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행보가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나보타의 누적 매출은 1133억원에 달하며, 이 중 83%인 935억원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국내 톡신 제제 중 수출 1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더욱 눈여겨볼 만한 점은 해외 매출 935억원 중 절반 이상(445억원)이 글로벌 최대 시장 미국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상한 통조림에서 발견된 자연의 균주

흔히 보톡스라고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어떻게 개발됐고, 언제 국내에 도입됐을까? 그 시초를 들여다보면 꽤 흥미롭다. 보툴리눔 톡신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라는 균에서 독성을 띠는 단백질을 추출한 것이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 등의 자료에 따르면, 천연 균주인 보툴리눔 균은 토양과 퇴적물 등 전세계 자연에 널리 존재한다. 다시 말해 인류 전체가 소유하는 공유 재산인 셈이다. 실제 2013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특별한 창의적 가공이 가미되지 않은 이상, 자연계에서 발생한 균주는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류의 공유 재산은 어떻게 미용을 위한 제제로 변모했을까?

초기에 보툴리눔 균은 식중독균으로 알려졌다. 주로 상한 통조림에서 발견된 탓이다. 그러다가 1973년 미국 안과 의사 앨런 스콧이 원숭이 실험 도중 수축된 눈 주변 근육에 보툴리눔 톡신을 주사했고, 근육이 풀리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로 톡신은 근육 이상을 치료하는 데 사용됐다. 이어 1987년 캐나다의 한 안과 의사가 환자의 눈꺼풀 경련을 치료하던 중 눈가 주름살이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톡신의 미용 효과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5년, 국내서도 톡신 시장 열려

국내 톡신 시장의 역사는 약 30년 전인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웅제약은 당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미국 앨러간사(社)의 보톡스를 계열사 대웅상사를 통해 국내에 최초 도입·유통하기 시작했다. 이 즈음 국내에서는 미용 성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일찌감치 성공 가능성을 감지한 대웅제약은 보톡스를 이용한 주름 치료 시장을 개척했다. 이를 시작으로 피부과·성형외과 영역에서 피부를 관통하지 않는 비침습 수술 시장 확대를 주도해왔다.

200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보툴리눔 톡신을 미간에 생긴 주름을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면서 톡신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돼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후 2009년 앨러간이 한국에서 보톡스를 직접 유통하겠다고 밝히기까지, 대웅제약은 10여 년간 국내 톡신 시장을 형성하고 발전시켰다.

최대 시장 미국에 역수출, ‘K­톡신’ 위상 높이다

대웅제약은 2014년 자체 개발한 나보타를 국내에 선보였다. 3년 뒤인 2017년 FDA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으며, 이듬해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 강화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인증을 받았다. 2019년에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FDA 허가를 획득했고,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통해 ‘주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개시했다. FDA 승인을 받은 것은 국내 바이오 신약으로서도 최초다. 이후 2년 만에 글로벌 톡신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현재 나보타는 미국에서 3분기 누적 기준 톡신 2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상승하면서 애브비, 입센, 멀츠 등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에 정식 출시돼, 유럽 시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중동과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주요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도 품목 허가를 획득하며 인구가 20억명에 달하는 무슬림 시장까지 공략 중이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판매량이 2030년까지 연평균 20%씩 성장해, 해외 수출액만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속적인 해외매출 성장에 힘입어 나보타 3공장 또한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가동 중인 1, 2공장만으로는 해외시장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3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나보타 생산량은 지금보다 260% 증가한 1300만 바이알에 이를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톡신 시장은 지난해 약 9조원 규모에서 2030년 2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단순 미용 영역을 넘어 치료용까지 톡신 제제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에 대해 세계 최초로 사각턱(양성교근비대) 적응증을 획득했으며, 미국 고용량 임상 시험에서 6개월 장기 지속 효과를 확인했다. 또한 뇌졸중 후 상지근육경직 개선에 대해 허가를 받았고, 미국에서 편두통 치료 특허를 획득했다. 동시에 삽화성 만성 편두통, 경부 근긴장이상, 위 마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적응증 임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