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노인은 청장년의 미래다. 길어진 노후 기간을 낮은 소득으로 버텨내야 하는 중장년의 불안감이 청장년 삶의 가치관과 태도에 투영되고 있다. 연대보다 경쟁이, 양보보다 이기심이 앞서고, 나아가 결혼과 자녀출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므로 노인이 행복하면 사회가 바뀔 수 있다.

영미권 국가들의 연령별 행복도는 ‘U’자 형이다. 어릴 때 높고, 중년에 낮고, 노년에 높은 패턴이다. 영국의 와이스 교수 연구(2012)에 의하면 심지어 침팬지와 오랑우탄도 이와 유사한 궤적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행복도는 나이가 들며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노인의 행복도가 다른 연령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노인 행복도가 낮은 것은 높은 빈곤율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30% 후반대다. OECD 평균의 약 2.4배 수준이다. 노인빈곤율을 낮추려면 기초연금의 단계적 인상과 함께 노인일자리 확충이 필요하다.

원론적인 관점에서 일자리는 시장에서 창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인구구조의 변화, 경제 성장에 따른 일자리 수, 산업구조의 변화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2030년대 초반까지 시장에서의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등의 연구에 의하면 노인일자리 사업이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의 의료비 지출은 동일 조건의 비참여자에 비해 연간 약 85만원 적다. 올해의 참여자 88.3만명으로 환산하면 절감액은 7500억원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금액만큼 전 국민이 건강보험료를 적게 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참여자의 우울 수준은 감소하고 삶의 만족도는 올라가는 등 무형의 가치를 산출한다.

국회는 올해 10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같은 달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노년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 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키며 “노인문제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님의 일이며 미래 나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제3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 계획’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노인 인구의 10% 수준의 노인일자리 창출, 신노년세대 수요 반영 민간일자리 확대 등을 포함한다. 이를 바탕으로 2024년에는 노인일자리 수를 역대 최대 폭으로 확대해 103만 개를 제공할 계획이며 11월 말부터 참여자 모집을 시작한다.

2025년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가 20%를 초과해 1000만 명을 넘을 것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이 부양 할 고령인구(노년부양비) 수는 올해 26.1명이지만 2040년에는 60.5명으로 증가해 젊은 층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

만약 노인들이 건강수준과 욕구에 부응하는 일자리에 참여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젊은 층의 경제적 부담은 숫자로 나타난 노년부양비 이하가 될 것이고, 노인의 행복도는 높아질 것이다.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노인이 행복하면 사회가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