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58명으로 묶인 전국 40개 의과대학(국립10개·사립30개) 정원을 2025년 학년부터 대폭 늘리기로 한 가운데, 전국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에서 “국립의대를 신설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국립의대 설립이 예상되는 서부권의 국립목포대와 동부권의 국립순천대는 서로 경쟁을 멈추고 ‘통합 의과대학 설립’에 나서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29일 전남도에 따르면,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24일 도청 서재필실에서 실국장 정책회의를 주재하며 “도민의 간절한 염원을 대국민 성명 등으로 발표해 국립의대 신설이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방안에 포함되도록 하자”면서 “각 대학이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통합해서 신청하는 방법도 있는 만큼, 이를 미리 대비해 목포대, 순천대, 도민 의사를 한곳으로 모으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가 국립의대 통합 신청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목포대는 지난 25일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 의과대학 설립안을 검토하겠다’는 김영록 지사의 발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목포대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전남권 의대 신설 논의가 김 지사의 ‘통합의대 검토’ 발언으로 획기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하철 목포대 총장은 “지역 갈등을 최소화하고 전남권 국립의과대학을 유치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김 지사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하며 순천대와 협력해 의과대학 신설을 반드시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남에선 최근 “국립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전남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0명(주철현·이개호 등)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정원 확대와 함께 전남권 국립의대를 신설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전남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7명으로 한국 평균 2.5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할 전문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노동자 1만명당 산재 사고 사망자 수도 전국 평균의 1.6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다”며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전남권 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을 병행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렇지 않는다면 의대 정원 증원은 수도권 미용·성형 의사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의과대학이 없는 곳은 전남도와 세종시 두 곳이다. 행정중심 도시로 인구가 38만명에 불과한 세종시를 빼면 사실상 의과대학 없는 광역시·도는 전남도가 유일하다. 전남의 권역 응급의료센터의 중증 응급환자 전원율은 9.7%로 전국 평균 4.7%의 두 배를 넘었다. 응급환자를 제시간에 후송해도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전남도의회 ‘전남 의과대학 유치 대책위원회’ 소속 의원 10명은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전쟁기념관에서 집회를 열고 ‘전라남도 국립 의과대학 신설’을 촉구했다. 이들은 “30년 넘게 지속해 온 전남 국립 의과대학 신설 요구는 전남의 필수·공공의료 기반이 취약해 도민의 건강권이 위협받는 현실에서 비롯됐다”며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는 전남의 의료 격차를 없앨 수 없고 필수·공공의료 체계 붕괴를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전남도 사회단체연합회 소속 단체 대표 30명도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전남권 의대 설립 촉구 건의문을 발표하며 “의대 정원 확대에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을 포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과대학이 없어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지방의료원 등의 의료인력 구인난이 심하다”며 “공중보건의 병역자원이 급감해 농어촌 의료취약지역의 응급의료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은 매년 70여만명의 도민이 다른 지역으로 진료를 받으러 간다”며 “전남지역 의료비 유출은 연간 1조 5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의 의료 상황은 열악하다. 전남에는 몇몇 종합병원은 있으나 국립의과대학 토대가 없어 20개 이상의 진료과를 갖추고 고난도 중증 질환자를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이 없다. 전남은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기대 수명은 80.7세로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한 사람당 연간 의료비는 241만9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뇌혈관·소아외과 전문의는 아예 없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0만명당 1.4명에 그친다. 암 진단·치료를 전문으로 한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의 경우 광주에 있는 전남대병원 소속으로, 사실상 광주 권역에 있는 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