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지난 7월 4명의 사상자를 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등 최근 도심 한복판에서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일면식도 없던 범죄자들이 휘두른 흉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른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다.
무엇보다 피의자들에겐 뚜렷한 범행 대상이나 동기가 없었다. 누구나 이들 범죄의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칼부림 등 강력 범죄가 발생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민들은 거리를 걸으면서도 서로 경계하며 믿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부에선 순찰과 감시를 강화하며 흉악 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을 선포했지만, 한정된 인력만으론 이 같은 묻지마 범죄를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사회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원 원주시는 이런 묻지마 범죄, 이른바 이상동기 강력 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 정책을 내놓으며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원강수 원주시장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취임과 함께 그의 첫 행보도 원주시 도시정보센터 방문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시민의 밤길이 무섭지 않도록 도시의 안전망을 구축할 것”이라며 안전 도시 구축을 또다시 강조했다.
원 시장은 지난 2월 안전 도시 원주 구축을 위한 첫걸음으로 전국 최초의 자율 방범 합동순찰대를 발족했다. 합동순찰대는 자율방범대와 해병전우회, 특전사동지회, 헌병전우회 등 1200여 명의 대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자체적인 주·야간 순찰 활동을 비롯해 매월 합동 순찰의 날을 정해 순찰 및 감시 활동을 벌이는 등 지역 내 안전 의식을 일깨우고 범죄 발생 최소화에 앞장서고 있다. 원 시장도 명예대장으로 합동 순찰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시민이 시민을 지킨다는 공감대까지 형성되면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정면 기업도시엔 ‘아빠 순찰대’가 새롭게 꾸려지는 등 시민운동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최근엔 원주시 자율방범대와 격투기 단체인 로드FC가 방범 대원들의 호신술 교육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범죄 예방을 위한 전문성도 강화하고 있다.
원주시는 합동순찰대 운영을 통해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안전 사각지대의 치안 공백 해소와 안전에 대한 시민 의식 향상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주시는 가로등형 방범 블랙박스 보안등 설치 사업도 추진 중이다.
방범용 CCTV는 범죄 예방과 치안 확보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과도한 비용과 장소 제약 등의 문제로 설치에 한계가 있었다. 원주시는 이런 단점을 해결하고 범죄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가로등과 블랙박스를 결합한 보안등을 설치 중이다. 가로등형 방범 블랙박스는 기존 CCTV와 비교하면 10분의 1 가격으로 설치가 가능하다. 별도의 통신선도 필요 없어 좁은 골목길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원주시는 범죄 발생 통계를 분석해 위험 지역 136곳에 블랙박스 보안등을 설치했고, 내년까지 300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노후화된 도로 조명을 LED(발광다이오드)로 교체하는 조도 개선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미 시민들의 이동이 많은 원주천과 공원 등의 노후 조명 1963개가 LED로 교체됐다. 올해 안에 3176개를 추가로 교체해 우범 지역을 없애고 시민들의 야간 보행 안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배달 대행 업체를 통한 안전 신고망 구축도 눈에 띈다. 원주시는 지난달 지역 내 배달 대행 업체인 ‘바로고’와 신고망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바로고 소속 1000여 명의 배달원은 원주 지역 곳곳을 누빈다. 업무 특성상 각종 사건·사고를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업무 시간도 야간에 집중돼 있다. 원주시는 이 같은 점에서 착안해 이들에게 안전 감시원의 역할을 부여했다. 이들은 각종 사건·사고를 목격하거나 발생 징후 포착 시 즉시 신고해 범죄를 예방하거나 신속 대응에 나선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누구나 마음 놓고 편안하게 거리를 거닐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며 “도시 구석구석 어느 하나 빈 곳 없이 촘촘히 연결된 안전망, 시민이 시민을 경계하지 않고 서로서로 안전을 지켜주는 시민 의식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