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을 보기는 하는데 시원치 않고 잔변감이 있어요.”
“힘을 줘도 막히는 느낌이 들고 좀처럼 나오지 않아요.”
노년층의 말 못 할 ‘화장실 고민’이다.
나이 들수록 쾌변은 절실한 희망사항으로 다가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70대 이상 노년층의 33%가 ‘노인성 변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성 변비는 잘 낫지 않고 만성화되기 쉽다. 장 속에 쌓인 대변이 대장을 막아 장폐색으로 악화할 수 있다. 심하면 뇌경색과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통증이 없다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나이 들수록 장 기능 저하…쾌변 어려워
65세가 넘으면 변비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75세 이상은 젊은 사람에 비해 변비 유병률이 10배나 높다. 이렇게 고령층에 배변 문제가 증가하는 이유는 장(腸)과 골반근이 노화되고 혈압약 등 변비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 복용까지 늘기 때문이다. 식습관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노년층은 소화 기능이 떨어져 부드러운 음식을 선호한다. 요실금과 배뇨장애 걱정에 마시는 물을 줄이기도 한다. 그러면 장 운동은 더욱 힘들어지고 변비로 발전한다.
고령층 변비 문제는 단순히 배변 횟수의 감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배변 때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노인들은 무릎이나 허리 등 불편한 곳이 많아지며 앉거나 누워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렇게 신체활동이 줄면 대변을 밖으로 밀어내는 힘 또한 떨어진다.
◇통증 없는 변비, 간과했다간 장 절제할 수도
고령층에서 흔한 ‘이완성 변비’는 대장의 운동능력이 떨어져 생긴다. 장의 연동운동이 약해지면 변이 장 속에 오래 머물게 된다. 결국 장에 수분이 흡수돼 변의 부피가 줄고 단단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가 팽팽해지고 더부룩해진다. 아랫배에서 딱딱한 것이 만져지기도 한다. 이러한 이완성 변비는 아프지 않고 소화불량과 증상이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실제 요양시설에 입소한 65세 이상 노인들 대상으로 변비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약 7명이 “변비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중 절반 이상(56%)이 변비 위험군(群)으로 나타났다.
◇변비, 뇌 노화 3년 앞당기고 심혈관 질환 위험 높여
배변 횟수가 적은 사람은 인지기능이 더 빨리 떨어질 수 있다. 미국의 한 연구진은 기억력·사고력 테스트 등으로 11만2000명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 결과 만성 변비인 사람은 하루 한 번 배변하는 사람보다 뇌의 노화가 3년이나 빨리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배변 활동이 적을수록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항문 근육이 약해져 아무리 힘을 줘도 변이 나오지 않는 ‘직장형 변비’도 흔하다. 직장형 변비는 변이 직장에 걸려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심하면 스스로 배변할 수 없고 묽은 변이 옷에 묻기까지 한다.
◇수용성·불용성 식이섬유, 숙변 밀어내고 대변을 부드럽게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각 배변하는 습관이 변비 개선에 좋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不溶性) 식이섬유는 수분 흡수 효과로 변의 부피를 늘리고, 장내 찌꺼기와 독소까지 흡착해 배출한다. 이때 부피가 커진 변은 장 내벽을 자극해 연동운동도 촉진한다. 장 속 수분과 만난 수용성 식이섬유는 딱딱했을 때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대변을 촉촉하게 만들어, 쑥 내려가도록 돕는다. 실제 인체시험 결과 식이섬유를 섭취하니 배변 빈도와 변의 무게가 증가했다. 반면 딱딱했던 변이 부드러워져 배변 시 통증은 줄었다. 건조한 가을에는 체내 수분이 부족하고 아침저녁 큰 일교차로 신진대사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천고변비’의 계절이 되기 쉽다. 변비는 아랫배가 묵직한 불쾌감으로 시작해 심하면 장과 뇌·심장에까지 부담을 줄 수 있다. 올바른 배변 습관과 식이섬유 섭취로 적극적인 변비 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