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7월 선정한 ‘전력(파워)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는 부산 기장군 장안읍 동남권방사선 의·과학산업단지 안에 조성된다. 사진은 이 특화단지 조성에 핵심이 될 파워반도체상용화센터 전경. 이 센터는 의·과학산업단지 안에 지어져 2019년 10월 준공했다. /부산시 제공

‘파워 반도체, 파워 부산’.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11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동남권방사선의과학 산업단지 안 ‘파워(전력)반도체 상용화센터’를 찾았다. 신창호 디지털경제혁신실장, 이경덕 미래산업국장, 김형균 부산테크노파크원장 등 부산의 신산업, 신기술 관련 고위간부들이 함께 했다. 박 시장은 “전력반도체 산업은 부산 경제 ‘뉴 파워’의 심장”이라며 “’전력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산업) 특화단지’가 차질없이 진행되려면 챙겨야 할 것이 뭐냐”며 추진 현황을 꼼꼼히 챙겼다.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는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 공모’에 선정됐다. ‘소부장 특화단지’는 핵심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소부장 기업을 집적해 기업간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술 자립화를 확보하기 위한 단지다. 부산은 ‘고성능 화합물 전력반도체’를 테마로 도전, 성공했다. 이 특화단지는 동남권방사선의과학 산업단지 148만여㎡를 중심으로 조성된다. 박수원 부산시 미래에너지산업과장은 “향후 53만㎡ 부지를 추가, 소부장 특화단지 규모를 총 200만여㎡로 확대할 예정인데 이 프로젝트엔 2030년까지 2조2700억원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지난 11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파워반도체상용화센터’를 찾아 ‘전력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 조성과 관련된 현안들을 점검하고 있다.

고성능 화합물 반도체는 실리콘 단일 물질로 된 기존 반도체와 달리 탄화규소(SiC), 질화갈륨(GaN) 등 화합물로 만든 반도체를 말한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의 변환 및 전송에서 손실을 줄이거나 고온·고전압·고주파 등 상황에서도 사용가능한 반도체다. 즉, 보다 효율적으로 전기에너지를 전달하거나 전환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전기차·하이브리드카 등 고전압 전력을 사용하는 자동차를 비롯,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스마트팩토리·자율주행 자동차·태양광·풍력발전·로봇·우주항공 등의 핵심부품으로 쓰인다.

부산시 이경덕 미래산업국장은 “파워반도체는 그만큼 시장 및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6억달러 수준이었던 SiC전력반도체 시장은 올해 22억달러, 내년 29억달러, 2025년 41억달러로 지속적 성장이 예상된다. GaN전력반도체도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국내 전력반도체는 수요의 95%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시는 앞으로 이 특화단지의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기업 및 투자 유치, 테스트베드 구축, 연구개발(R&D), 전문인력양성 등을 정부와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또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입지와 설비투자 관련 인센티브 제공, 국·공유재산 임대료 감면, 규제 특례 등 다양한 지원제도도 마련할 방침이다. 신창호 부산시 디지털경제혁신실장은 “부산은 지난 2017년부터 동남권방사선의과학 산단에 전력반도체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파워반도체 상용화센터를 건립해 시제품 제작, 위탁생산 수주, 인력 양성 사업 등을 추진하는 등 전력반도체 산업을 부산의 중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전력반도체 기업유치는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 22일 대구에 본사를 둔 에스티아이와 2026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이 특화단지 안 4만평(약 13만2000㎡) 부지에 전력반도체 소재(잉곳 성장, 웨이퍼) 생산시설을 건립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지난 6월엔 경북 경주에 있는 ‘비투지’와 2000억원 규모의 전력반도체 생산시설 건립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 기업인 비투지는 올해 생산시설 착공에 들어가 2028년부터 질화갈륨(GaN) 소재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시는 지난 4월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기업인 트리노테크놀로지와 기장 소부장 특화단지 안 1만5000 ㎡ 부지에 1500억원을 투입, 파워반도체 칩 생산공장을 2026년까지 짓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트리노테크놀로지는 삼성SDI, LG전자 등에 자체 설계기술을 활용한 단위공정 서비스와 웨이퍼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파워반도체 분야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인 효성화학도 부산지역 전력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계획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의 전력반도체 1호 기업인 제엠제코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부천에서 기장군으로 이전해 전력반도체 전용 파워 모듈 패키징 양산라인을 구축했다. 제엠제코는 애플 ‘아이폰1′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 ‘클립(Clip, 전력반도체 소자연결 핵심소재)’을 생산하면서 성장한 기업으로 매출의 90%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2026년까지 140억원을 추가 투자해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SK그룹의 ‘SK파워텍’은 지난 3월 기존 포항공장을 부산 기장군으로 확장 이전했다. 이 회사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를 설계·생산한다. 기장공장은 태양광과 전기차 분야 고객사들의 주문 물량을 본격적으로 생산해 절반 이상을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이 고성능 화합물 전력반도체의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을 마련했다”며 “이 씨앗을 거목으로 성장시켜 합판, 신발 등 과거 국내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것처럼 부산의 미래 산업을 이끄는 신 간판산업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