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의 대명사 왕희지부터 추사체 김정희까지 2500년 서예 대가들의 비법을 담은 ‘신(神) 서예<사진>’가 출간됐다. 서예가이자 국내 최고 미술품 감정학자인 이동천(57) 박사의 반백 년 내공이 담긴 ‘신(神) 서예’는 서예 대가들의 비법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이 책은 2500년 서예 역사를 통틀어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는다.
이 박사의 글씨 쓰는 모습은 파격적이다. 폭풍이 몰아치듯 모든 힘을 다 끌어서 쓴다. 기존의 통념을 깨는 몸짓과 살아서 꿈틀대는 서체에 숨이 멎는 듯하다. 점·획 하나하나 살아 숨 쉰다. 마치 2500년 전설 속 서예 대가들의 비법처럼 느껴진다.
이 박사는 전라북도향교재단 이사장이었던 부친 만초 이태연 선생으로부터 4살부터 글씨를 배워 신동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20대에 쓴 ‘천자문’으로 중국 서예계 석학들로부터 “글씨가 종이 뒷면을 뚫고 섰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서예는 재능이 아니라 비법’이라 단언하는 이 박사는 10세 때 서성 왕희지 글씨에서 비법의 존재를 감지했고 40여 년간 자료 수집과 연구에 몰두했다. 4년간의 고독한 집필 끝에 마침내 서예 대가들의 핵심 비법인 전번필법(轉飜筆法)과 신경필법(神經筆法)을 깨우쳤다.
“전번필법은 붓을 굴리면서 뒤집는 것이고, 신경필법은 붓끝까지 신경이 통해 글씨 스스로 생동하는 신(神) 서예”라고 이 박사는 말한다. 전번필법을 밝히기 위해 그는 중국의 왕희지·구양순·저수량·안진경은 물론 우리나라 대가들을 분석했다. 김생·허목·윤순·이광사·강세황·정약용·이삼만·김정희 등의 전번필법을 연구하며 가로획(한일자) 하나를 쓰는 방법이 8가지, 세로획은 18가지, 기역획은 무려 31가지 이상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이 박사가 개발한 전번필법의 ‘붓면 도형 표시’는 서예 역사상 초유의 혁명적 사건이다. 누구나 그 비법에 따라 글씨를 쓸 수 있게 도형화했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나 이를 터득하면 6개월만 서예에 매진해도 10년 이상 공부한 것과 진배없다”라고 확신한다.
중국 서화 감정의 최고봉인 양런카이 선생 수제자로 1999년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04년부터 14년간 서울대 대학원에서 서화감정학을 강의했다. 그가 비법을 공개한 이유는 분명하다. “현재의 평면적인 서예 교육으로는 역사 속 대가들의 글씨가 어떻게 쓰였는지 알 수 없고 따라 쓸 수도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 책은 일본과 중국 출간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