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극장을 개조한 스타벅스가 있는 서울 경동시장, 백종원의 손길이 닿은 충남 예산시장 등 최근 전통시장이 ‘핫’하다. 이 가운데 각 지역 전통시장에 생기를 불어넣는 ‘쿨’한 청년 사장들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은 전통시장 내 청년몰(mall) 조성 및 활성화 사업으로 청년 창업자에게 ▲점포 임차료, 점포 기반시설비, 인테리어 비용뿐만 아니라 ▲각종 교육 및 훈련 ▲홍보까지 지원한다.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상인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2016년 사업 시작 후 7년이 흐른 지금 일부 청년몰 폐업 등 안타까운 결과도 있다. 하지만 ‘열정과 꿈은 크고 경험과 밑천은 부족한’ 청년들에게 좋은 기회임은 틀림없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모든 주체의 고민과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현재 전남 여수와 경기 평택의 전통시장에서 자생력(自生力)을 기르고 있는 청년 사장들을 만났다.
◇'린 오프닝’으로 작지만 큰 시작…여수중앙시장 ‘노헤비모닝’
전남 여수 교동 여수중앙시장 2층에는 청년 창업 공간 ‘꿈뜨락몰’이 있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3월, 이곳에 맛있지만 건강하고 가볍지만 든든한 라이트밀(light meal)을 선보이는 ‘노헤비모닝’이 오픈했다. 60시간 발효해 만든 그릭 요거트와 열량 낮은 곤약국수 등을 맛볼 수 있고, 정기구독 조식 패키지도 있다.
장재영 대표는 “내가 먹고 싶은 가볍고 건강하고 합리적인 한 끼를 사업 아이템으로 잡았다.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창업 준비를 하다 코로나 때문에 일하던 곳이 힘들어졌고, 내친김에 조금 일찍 차리기로 결심했다”며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시국도 시국이었고, 자본금도 부족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이때 소진공의 ‘린 오프닝(lean opening)’이라는 창업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장 대표는 “6개월 임대료와 기본 집기류 지원 등으로 초기 창업비 부담을 덜고 창의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식 전문가가 레시피 개발 등 컨설팅을 하고, 청년상인육성재단에서 파견한 매니저가 중요한 이벤트나 트렌드에 관해 멘토링까지 제공한다”며 “초보 창업가들을 성장시키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노헤비모닝의 초기 매출은 월 100만~150만원 선이었다. 지난해 여름 꿈뜨락몰이 상인회와 함께 야시장 등 여러 행사를 진행했을 때부터 매출 증가가 눈에 보였다. 그 이후 300만~400만원을 상회하고 지금은 월 5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장 대표는 “노헤비모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믿을 수 있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년몰’에서 지속가능성을 찾다… 평택 통복시장 ‘불독스테이크’
경기 평택시에 1953년 개장한 통복시장. 이 오래된 전통시장에는 젊은 상인들을 위한 ‘청년숲’이 있다. 이곳에 2017년 6월 오픈해 벌써 입주 7년 차인 ‘불독스테이크’는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맛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월 매출은 약 4000만~5000만원에 달한다.
유석현·임민기 공동대표는 각각 40대·20대로 삼촌과 조카뻘이지만, 그 어떤 조합보다 시너지를 내고 있다. 유석현 대표는 “창업 전 홍대 앞에서 래퍼로 활동하던 임민기 대표 덕분에 당시 홍대거리에서 유행하던 ‘큐브 스테이크’를 평택 통복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다. 당시 자본금이 부족했는데 소진공의 리모델링 비용 및 임대료 지원에 용기를 냈다. 초기에 진행했던 적극적인 홍보 및 행사로 지역민들이 많이 찾아주셨다”고 창업 초기를 떠올렸다.
승승장구해 온 불독스테이크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온다. 전통시장은 대개 개방돼 있어 추운 겨울에는 손님 발길이 뜸해진다. 불독스테이크 역시 개점 초반 성수기에 월 3000만원까지 올랐던 매출이 날씨가 추워지자 월 10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배달’에 주력했다. 그리고 코로나로 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때는 이미 시스템과 인지도를 탄탄하게 쌓아 올린 뒤라 가속도까지 붙었다.
불독스테이크는 지난 6년을 돌아보며 장기 플랜을 세우고 있다. 유 대표는 “단골손님들이 ‘변하지 않는 맛’이라고 말씀해주실 때 가장 기쁘다”라고 말하며 “제도는 제도일 뿐 결국 실행하고 끌고 나가는 것은 사람이다.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창업자도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