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유럽 땅의 절반 이상을 통치하며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란 별칭을 얻은 가문, 합스부르크 왕가의 유물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이름은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이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루돌프 1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등극한 1273년부터 몰락한 카를 1세의 1918년까지 약 600년간 유럽 역사의 중심이었다. 왕가는 문화예술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예술품을 수집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합스부르크 가문 출신으로 스페인령 네덜란드 총독이었던 레오폴트 빌헬름 대공은 일생 동안 1400여점의 회화를 수집했다. 16세기 루돌프 2세는 궁정화가를 기용하는 한편 장인들에게 공방을 지어주고 후원에 나섰다.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은 엄청난 양의 갑옷을 모은 수집광이었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수집품을 황실에 묻어두지 않고 대중에 공개했다. 계몽군주였던 마리아 테레지아는 1776년 컬렉션을 공개하라고 명령했고, 프란츠 요제프 1세는 수집품 전시를 위해 빈미술사박물관을 지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는 유물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15세기~20세기 초 수집품 중 96점이다.
전시는 5부로 구성된다. 유럽의 패권을 장악했던 15세기 막시밀리안 1세를 시작으로, 황제나 대공 등 주요 수집가들을 선정해 시대별로 전시를 구성했다. 1부 ‘황제의 취향을 담다, 프라하의 예술의 방’은 프라하에 수도를 두고 활발한 수집 활동을 벌인 루돌프 2세를 다룬다. 그는 탁월한 안목으로 ‘예술의 방’에 진기한 예술품을 전시했고, 이는 빈미술사박물관 공예관의 기초가 됐다. ‘십자가 모양 해시계’ ‘누금 장식 바구니’ 등을 볼 수 있다. 2부 ‘최초의 박물관을 꾸미다, 티롤의 암브라스 성’은 티롤을 다스린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을 소개한다. 그는 암브라스 성에 전용 건물을 지어 진열장 설계와 전시품 배치까지 직접 신경썼다. 이번 전시에서는 야자열매로 제작한 희귀한 공예품 2점이 함께 전시된다. 3부 ‘매혹의 명화를 모으다, 예술의 도시 빈’에서는 카를 5세부터 약 200년간 이어진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수집한 예술품과 빌헬름 대공이 수집한 이탈리아 등의 수준 높은 작품을 볼 수 있다. 4부는 18세기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다. 18세기 궁정 행사의 장대함을 볼 수 있는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과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있다. 마지막 5부에서는 19세기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시대를 조명한다. 요제프 1세와 엘리자베트 황후의 초상화는 당시의 비극적인 황실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한다. 전시는 3월 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