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용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경기도회장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국토교통부가 건설업종 개편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안에 대해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2029년까지 폐지를 유예하는 인용 결정을 내렸다. 또한, 권익위는 국토부에 시행방안을 시설물유지관리협회와 충분히 논의하고, 향후 업종 폐지로 인해 시설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예기간 동안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2월에는 국토부에서 신청한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 이의에 대한 재심의’ 건도 기각했다.

우리나라는1994년 성수대교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계기로 시설물을 안전하게 유지ㆍ관리하기 위한 시설물의안전및유지에관한특별법을 제정했다. 그 결과 탄생한 업종이 시설물유지관리업(시설물업)이다. 시설물의 완공 이후 그 기능을 보존하고 이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높이기 위해 시설물을 일상적으로 점검ㆍ정비하고 개량ㆍ보수ㆍ보강하는 공사를 업무영역으로 한다.

국토부는 이러한 시설물업을 폐지하기 위해 시설물업에 종사하는 사업자가 업종을 전환하면 가산 실적을 부여하겠다고 지난해 7월 고시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업체의 공사 실적을 부풀려 주고, 그 경력으로 입찰에 참여하도록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한다.

국토부는 시설물업에서 종합건설업으로 업종을 전환하면 해당 기술자가 부족해도 2026년까지 유예해 준다고도 했다. 기술자도 부족한데 부풀린 공사 실적으로 신축 공사를 수주한 사업자들이 과연 공사를 안전하게 잘 할 수 있을까. 만일 사고가 나면 국가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국토부는 시설물의 신축과 유지관리 간 경계가 모호해 전문건설업과 업무영역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이유로 시설물업을 폐지하려 한다. 그러나 시설물업은 시설물의 보수ㆍ보강ㆍ개량을 영역으로 하고, 신축이나 재축, 대수선 등은 할 수 없다고 건설산업기본법시행령에 명시돼 있다. 경계가 모호해 갈등이 지속된다는 국토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당사자인 시설물유지관리협회는 제외하고 대한건설협회와 전문건설협회의 의견만 수용해서 폐지안건을 상정한 과정도 문제다. 국토교통부는 일방적인 시설물업종 폐지의 부당성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노후 기반시설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은 그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시설물유지관리업은 반드시 존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