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미래에서 오늘이 변화 속도가 가장 느린 날이 되는 이 시대가 부산에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슬로언경영대학원 교수인 빌 올렛(Bill Aulet) MIT기업가정신센터장은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 창업엑스포(Fly Asia) 2022’의 화상 기조강연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기업가정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강연 주제였다. ‘1980년대 IBM의 하드웨어,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2000년대 구글의 인터넷, 2010년대 알리바바의 디지털 상거래, 2020년대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는 시대 등으로 갈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기술·산업의 변화가 ‘창업(start-up)’,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통해 부산에 아시아, 한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는 얘기다.

美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슬로언경영대학원 교수, 빌 올렛

그는 창업 기업 4만개·총매출 2조 달러의 신화를 쓰고 있는 MIT 24단계 창업 프로그램의 주역.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스타트업 바이블’의 저자다. 이런 올렛 교수가 한 ‘부산에 대한 예지’이니 허튼 소리는 아니다. 올렛 교수는 “혁신과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가정신은 2000년대까지 미국 보스톤, 실리콘밸리 등에 집중돼 있었지만 이제 세계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며 “부산도 변화하려면 젊은 창업가들의 혁신 열정을 살리고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이 창업으로 ‘노인과 바다만 있는 도시’에서 벗어날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지난 22~24일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렸던 ‘플라이 아시아 2022’는 그 신호탄이다. ‘부산을 아시아 최고의 창업 플랫폼 도시로 만들겠다’는 모토 아래 올해 처음 마련된 이 행사에는 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13개국 21개 도시에서 창업가·투자자·도시 관계자 등 1만여명이 참가했다.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 창업 엑스포(FLY ASIA 2022) 개막식을 마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테크노파크와 부산창업청설립추진단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아시아 스타트업이 만드는 혁신의 물결'을 주제로 컨퍼런스, 투자상담, 시상식, 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3일간 이어졌다. /김동환 기자

행사를 주관한 부산창업청설립추진단의 성희엽 단장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스타트업들에 대한 공동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수조에서 수십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펀드출자자와 펀드운용사, 스타트업들이 직접 만나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첫 단추를 꿰는 등 성과와 평가가 좋았다”며 “내년엔 올해보다 규모를 더 키워 창업이 지방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위축된 부산의 도시 체질을 바꾸는 새로운 전략으로 자리잡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플라이 아시아 2022’는 부산뿐만 아니라 전체 아시아의 스타트업, 투자자들이 혁신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겁니다.”

세계적 미래학자이자 ‘감성 AI(인공지능)’ 전문가인 리차드 용크(Richard Yonck)는 지난 22일 ‘아시아 스타트업 창업생태계의 미래’를 주제로 한 ‘플라이 아시아 2022’ 개막식 기조 강연에서 “스타트업들은 혁신과 미래를 이끄는 주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포, 인터넷, 협업, 뇌 안의 신경망 등 모든 세계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운영된다”며 “스타트업 네트워크는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 새로운 발전을 구가한다”고도 했다. ‘창업 생태계’ 활성화가 동명목재, 국제상사 등 세계를 주름잡았던 합판과 신발산업 몰락 이후 속절없이 추락 중인 부산의 ‘경제 무력증’을 고칠 수 있는 특효약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세계적 미래학자이자 '감성 AI(인공지능)' 전문가 리차드 용크

부산시는 또 ‘창업’을 도시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부산창업청 설립을 추진 중이다. 박진석 부산시 금융창업정책관은 “창업청은 종전 여러 기관에 흩어지고 중복돼 있는 창업 관련 업무를 통합, 효율성을 높이면서 기업·기술·자본의 선순환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업 요구와 시장상황에 맞춘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창업정책을 실행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시의회 조례 제정과 행정안전부 협의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창업청을 출범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지역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자체·기업·대학을 아우르는 ‘지산학 협력 체제’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7월 부산시에 지산학협력과를 신설하고 그 해 8월 대학과 기업간 중개 역할을 할 지산학협력센터를 개설했다. 기업이나 대학의 현장과 협력·소통 등을 담당하는 ‘지산학 협력 브랜치’를 기업·대학·관련 기관 등 40곳에 구축, 운영 중이고 기업의 요구와 실무역량을 대학 교과 과정과 연계한 ‘코업(Co-op) 프로그램’을 내년 2학기부터 도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