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에 큰 뿔 달린 소 한 마리가 걸렸다. 자세히 보니 평범한 티셔츠와 재킷이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 헬가 스텐첼이 창조해낸 이 소의 이름은 ‘스무디’. 초원을 담은 배경지 앞에 빨랫줄을 걸치고 티셔츠와 재킷을 교묘하게 널었다. 빨래집게로 연출된 쇠뿔도 제법 그럴듯하다.
스텐첼은 일러스트레이션·사진·비디오·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와 미디어를 활용해 작업하는 작가다. 혼다·BBC 등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했고, 2020년 영국 ‘올해의 푸드아트 크리에이터’ 상을 받았다. 그의 첫 아시아 개인전이 지난 18일부터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광진구 스타시티 3층 복합문화공간인 CxC아트뮤지엄에서 개막한 ‘헬가 스텐첼 사진전’.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신작 등 사진 작품 7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스텐첼의 작품 세계는 이른바 ‘집 안의 초현실주의’(household surrealism)로 불린다. 채소나 그릇 같은 일상의 사물에서 동물 등의 형상을 재기발랄하게 포착한 작품들을 선보여 와서다. 그는 익숙한 집을 상상력 충만한 놀이터로 만든다. 양상추로 만든 강아지 ‘크런치’, 계란으로 만든 방울토마토, 아이스크림 위에 올라앉은 ‘초코 고양이’, 강아지로 변한 식빵 등 마치 마법처럼 풍부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대표작은 지난해부터 선보인 ‘빨랫줄 시리즈’다. 2020년 선보인 말(馬) ‘페가수스’에 이어 앞서 소개한 소 ‘스무디’가 그것. 평범한 빨랫줄과 옷가지로 창조해낸 말과 소는 작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좋아요’ 5만건 이상을 기록했고, ‘디자인붐’을 비롯한 유명 디자인 웹진에도 실렸다.
스텐첼 작가는 “한국에 그간의 작업을 소개하는 것과 많은 한국인들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기분 좋은 떨림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18일 내한 후 팬들과 직접 만나는 행사에도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CXC아트뮤지엄 개관 기념 전시다. 건대입구역 스타시티 3층 300여 평 규모 식당가가 전시장·아트숍·베이커리·카페·워크샵·체험·모임공간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어반플레이의 캐비닛클럽과 전시 전문 기획사인 ㈜씨씨오씨가 함께 만든 문화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