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오이지 냉국’과 ‘오이지 볶음’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신다. 어머니는 매년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 오이를 잔뜩 사다가 소금에 절여 오이지를 만들었다. 장마가 끝날 무렵 잘 절여진 오이지를 얇게 썬다. 대접에 오이지를 담고 차가운 물을 붓는다. 얼음 몇 알 함께 띄우면 더 좋다. 식초로 간하고 깨소금 솔솔 뿌리면 오이지 냉국이 쉽게 완성된다. 차갑고 아삭한 오이지, 그리고 오이지에서 스며 나온 소금기에 서서히 간간해지는 시원한 국물이 한여름 습한 무더위를 개운하게 씻어준다. 남은 국물에 식은 밥을 말면 씹을 필요도 없이 후루룩 목을 타고 넘어간다.
오이지 볶음도 우리집에서 여름에 즐겨 먹는 음식이다. 오이지를 냉국 때처럼 얇게 썬 다음 면 보자기에 꼭 짜서 물기를 제거한다. 식용유에 볶고 다진 파를 송송 뿌린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과 오이 특유의 싱그러운 향, 아작아작한 질감이 조화로운 여름 밥도둑이다. 어머니는 “너희 외할머니가 볼품없는 오이지 꼭지를 버리기 아까워 만드시던 반찬”이라 했다.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오이는 원래 여름 채소다. 제철에 강렬한 햇볕을 받고 자란 오이와 하우스 재배 오이는 맛과 영양 면에서 차이가 크다. 맛도 맛이지만 그 효능 때문에 여름에 먹으면 이로운 음식이다.
차가운 성질이라 체내 열을 낮춰 여드름과 땀띠를 예방하고 진정시킨다. 뙤약볕에 피부가 상했을 때 오이를 갈아붙이면 열꽃이 사라진다. 칼륨이 들어 있어 수분과 함께 이뇨 작용을 도와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고, 나트륨 배출도 돕는다. 체내에 쌓여 있던 중금속이 함께 배출되어 피를 맑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중국에 ‘미인에게서는 오이 향이 난다’는 말이 있다. 과거 중국에선 오이를 가슴에 품고 다니는 여성들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 오이는 용모를 아름답게 가꾸는 데 도움을 준다. 조직의 95%가 수분으로 이뤄진 데다 비타민C가 풍부해 피부 미용과 보습 효과가 크다. 신체 결합 조직에서 발견되는 이산화규소도 풍부해 머리털의 성장을 돕고, 손·발톱을 윤기 나고 강하게 해준다. 오이는 다이어트 식품이기도 하다. 열량이 18kcal에 불과한, 가장 칼로리 낮은 식품 중 하나면서 수분 함량은 높아 포만감을 유지하며 다이어트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이는 꼭지가 마르지 않고 싱싱하면서 크기와 모양, 두께가 일정하면서 초록빛이 진하고 단단한 느낌이 들어야 좋다. 너무 굵으면 씨가 많아 맛없는 경우가 많다. 가시를 손으로 눌러보고 아프지 않으면 신선도가 떨어진 상태이다. 생으로 먹을 때는 굵은 소금으로 겉을 문질러 씻은 다음 물에 헹구면 쓴맛이 줄어든다. 꼭지 부분은 쓴맛이 강한 데다 농약이 몰려있을 수 있으니 제거한다. 채 썬 오이는 소금을 살짝 뿌려 30분 정도 절여두면 쓴맛이 없어지고 식감이 쫄깃해진다. 오이를 냉장고에 보관할 경우 하나씩 키친타월이나 랩으로 싸서 꼭지가 위로 가도록 세워두면 신선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5~10일 정도 냉장 보관도 가능하다.
어머니는 올여름에도 오이지를 담갔겠지. 안부 핑계 삼아 모처럼 전화 드리고 오이지 좀 얻어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