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는 국밥 한 그릇을 먹어도 돌아서면 배가 고팠다. 아무리 먹어도 ‘부대낀다’는 느낌을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온종일 더부룩하다. 나이 들수록 제때 끼니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편치 않은 ‘속’ 사정에 쉽지 않다. 식사량이 줄어 체내에 충분한 영양소가 들어오지 않으면 항상 피곤하다. 체내 세포의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워져 각종 질병까지 발생할 위험성도 커진다. 잘 되던 소화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는 단순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체내 효소가 부족해졌다는 신호다.
◇만성 소화불량에 기력 떨어지고 영양 결핍 위험
우리 몸 곳곳에 존재하는 효소는 체내의 모든 생화학 반응을 담당한다. 소화를 돕고, 질병을 치료하며, 숨 쉴 때마다 체내에 잔류하는 활성산소를 퇴치한다. 각종 신체활동을 돕는 모든 일을 효소가 담당한다. 효소 없이는 신체에서 어떠한 활성도 일어나지 않는다. 잠을 자는 그 순간에도 효소는 체내 곳곳에서 세포의 활성화를 가능케 한다. 낮에 쌓인 신체 피로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축적한다.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신진대사 촉진 및 면역력 강화를 위해 ‘효소 테라피(Enzyme Therapy)’ 연구가 꾸준히 진행돼왔다.
효소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활동이 바로 ‘음식물 소화’다. 효소는 덩어리로 된 음식물을 잘게 쪼개 영양분은 체내에 흡수시키고 남은 찌꺼기는 배출한다. 유독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린다면 이러한 소화 과정이 어려운 사람이다. 주로 저체중이며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항상 쓰리고 아픈 속 달래는 효소
음식물 소화가 어려우면 아무리 좋은 것을 먹어도 몸에서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특히 나이 들수록 기력 보충을 위해 양질의 영양소를 더 섭취해야 하는데, 효소가 부족하면 ‘영양 결핍’ 위험성이 높아진다.
체내 효소는 크게 소화 효소와 대사 효소로 나뉜다. 소화 효소는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침샘·위·췌장 등에서 잘게 분해해 분자 크기의 영양소로 만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침(아밀라아제) 역시 소화 효소의 일종이다. 입안이 마르고 입맛이 떨어지는 것은, 소화 효소인 침이 부족해 음식물 분해가 잘 안 된다는 신호이다. 만약 소화 효소가 부족하면 분해되지 않은 음식물들이 장(腸) 내 찌꺼기로 남아 유해균을 번식시킨다. 이들은 각종 독소와 가스를 내뿜으며 딱딱한 숙변(宿便)으로 변해 장벽에 달라붙거나,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신체 곳곳에서 염증을 일으킨다.
다음은 대사 효소의 역할이다. 대사 효소는 소화 효소가 음식물을 분해해 바꾼 영양소를 체내 곳곳으로 보내는 일부터 ▲혈관 청소 ▲염증 완화 ▲항암 ▲면역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소화 효소가 부족해지면 대사 효소가 소화 효소의 일을 대신하느라 정작 ‘본업’을 못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대사 효소의 본래 활동이 적어져 면역체계에 교란이 오게 되고, 질병에 잘 걸리게 된다.
◇효소로 항암 치료 후 약해진 위 보강 및 영양소 흡수율 증대
항암치료 후 환자가 가장 크게 느끼는 신체 변화는 ‘기력 저하’다. 이는 독한 치료 후 속이 불편해져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체내 영양소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불편한 속을 다스리려면 효소를 채워야 한다. 효소는 약해진 위장 기능을 강화해 영양소의 흡수율을 높여 준다. 구토 증상을 완화하고 노폐물의 배출도 쉽게 한다. 또한 암과 싸우는 데 필요한 면역력 강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병원에서는 일부 암 환자에게 췌장 효소 제제(製劑)를 처방해 우리 몸속 면역세포들을 활성화하고 있다.
효소의 활동이 왕성하면 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스코틀랜드의 발생학자 존 비어드(John Beard)는 암 치료에 효소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암 발생에 효소 부족이 관여한다고 추측했다.
◇효소 생성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면 ‘노화 시작’
노화가 시작된다는 것은 결국 각종 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노화로 인한 각종 증상은 ‘슈퍼 항산화 효소’라 불리는 SOD(Superoxide Dismutase)의 생성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40대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효소가 세포의 활성화를 전만큼 돕지 못하기 때문이다. 효소영양학자 에드워드 하웰(Edward Howell)은 “효소가 없으면 수명이 다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사 효소가 소화에 많이 사용되면 각종 호르몬과 면역체계의 불균형이 일어나 노화까지 촉진된다.
◇곡물 효소는 체내 생화학 반응을 원활하게 만들어
부족한 체내 효소를 식품 효소로 채우기 위해 발효 식품을 먹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다. 발효는 말 그대로 ‘효소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발효 효소의 경우 발효 전보다 발효 후 약 2배가량 활성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곡물이 주식(主食)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곡물 효소가 잘 맞는다. 곡물 효소는 체내 생화학 반응을 원활하게 하며 음식물을 분해해 영양분 흡수부터 독소 배출까지 담당한다. 장 속에 쌓인 찌꺼기를 배출해 변비 완화 및 혈액 정화작용에도 기여한다.
에드워드 하웰(Edward Howell·1896~1986)
세계적인 효소영양학자. 50년간 효소를 연구해 1985년 출간한 ‘효소영양학 개론’은 효소 연구의 기초가 되었다. 그는 “난치병은 극단적인 효소 부족이 원인” “효소가 없으면 수명이 다한다” 등의 말을 남기며 효소의 중요성을 널리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