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은 1980년 개통했으나 당시 기술적인 문제로 한양대역부터 잠실역까지 10.42km 구간이 지상구간으로 건설됐다. 지상구간이 도심지를 관통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겪는 소음 공해는 심각했다. 도시미관 저해와 지역발전의 장애물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광진구·성동구·송파구 등 지상철 통과지역의 가장 큰 숙원은 지하철 ‘지하화’였다.

각 구는 지속적으로 2호선 지하화를 추진해왔다. 지난 2019년에는 광진·성동·송파구청장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만나 지하화 필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광진구는 개별적으로 지하화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지하철 지상구간으로 발생하는 생활권 단절 등 지역의 어려움은 공감한다”면서도 “사업의 경제성, 재원 문제로 당장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하철 2호선 지상구간을 지하화할 경우 건대입구역 예상 조감도. /광진구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올해부터 상황은 반전됐다. 서울시가 지난 3월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호선 등 101.2km에 달하는 서울시내 철도 지상구간의 단계적 지하화 추진계획을 밝힌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은 철도 중심으로 성장하며 지상철 대부분이 서울 주요 지역을 관통해 활용 가능한 토지가 축소됐다”며 “이들을 정비해 가용토지 부족현상을 해소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내 지상·고가 철도 9개 노선(13개 구간) 총 101.2km에는 한양대~잠실역 구간이 들어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원 확보는 숙제다. 전문가들은 지하철1·2호선 구간과 경인선·경부선·경의선 등 국철구간의 지하화에 드는 예산을 약 39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호선 한양대~잠실역 일부 구간만 해도 2조원가량의 비용이 추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 지원뿐 아니라 지상철도 부지와 공공기여 등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광진구·송파구 두 자치구가 손을 잡았다. 서울시와 정부에 2호선 지상구간 지하화를 요구하는 것을 넘어 별도 기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지하화 기금을 자체적으로 조성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와 중앙정부도 관련 계획에 우선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 역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서울시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며 협력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는 지난 5월 국민의힘 소속 광진·성동·송파구청장 후보들이 지하화 기금 조성 MOU를 체결했던 것의 연장선상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힘을 보탰다. 정 구청장은 “뚝섬역과 성수역을 지나는 2호선 지하화는 주민 불편 해소뿐 아니라 지역의 새로운 발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며 “서울시, 인근 자치구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민선 8기 송파·광진·성동구청장 모두가 2호선 지하화에 중지를 모으기로 한 셈이다. 다만 성동구는 별도 기금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인 입장이다.

이번 별도 기금 추진은 서울시 2040서울도시기본계획 지하화 사업에 가장 중요한 재원 부분 공략의 일환이다. 이를 통해 2호선 지하화를 조기 착수 가능토록 한다는 구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