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지문과 홍채가 다르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사람마다 각기 다른 것이 또 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의 장(腸)에 사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이루는 하나의 생태계를 말한다. 장에는 3만3000종이 넘는 바이러스 군이 있지만,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바이러스 군은 하나도 없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익균, 유해균, 중간균으로 분류되는데, 이들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정신 건강에도 영향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강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가 장벽에 달라붙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생아 시기에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균형을 이루고 있지 않으면 면역 체계 균형이 깨지면서 알레르기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알려졌다. 지난 2011년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 중 하나인 ‘아토피 피부염’을 가진 영아는 그렇지 않은 영아에 비해 생후 초기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다양성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과 코로나19 증상의 장기화 사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 2020년 홍콩대 연구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된 106명의 대변을 검사한 결과, 코로나19 증상이 장기화된 환자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불균형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화기관과 뇌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특별한 경로인 ‘장-뇌 축(gut-brain axis)’으로 연결돼 있다. 때문에 장내 미생물 상태가 정신 신경계 질환인 우울증, 자폐증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경우 장내 페칼리박테리움(Faecalibacterium)이라는 유익균 비율이 낮았다.
◇유산균 섭취가 도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시키려면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고, 평소 배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 더불어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을 섭취하는 게 좋다. 꾸준한 유산균 섭취는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키는 반면 유해균을 억제한다. 다만, 자신의 장 상태에 따라 도움이 되는 유산균을 찾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유산균 균주가 너무 다양해 배합된 균주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기능을 따지기는 쉽지 않다. 대신 해당 제품의 인체적용시험 결과 어떤 부분에서 개선 효과를 보였는지 체크해 보는 것이 방법이다. 평소 배변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은 복부 팽만감·장내 가스 감소 등과 관련된 항목을 체크해 보고, 장이 예민한 사람의 경우 복부 불편 정도, 건강한 변의 형태로 개선 등의 항목을 살펴보는 식이다.
유산균을 편리하게 보충하고자 한다면 캡슐이나 분말 형태의 건강기능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방법이다. 단, 캡슐 형태의 유산균 제품을 선택할 때는 ‘장용성 캡슐’인지 확인하자. 장용성 캡슐 형태의 유산균이 섭취 후 장까지 도달하는 생존율이 높은 편이다. 장용성 캡슐은 내산성, 내담즙성이 뛰어나서 위(胃)에서 유산균이 사멸할 확률을 낮춘다. 프리바이오틱스가 함께 함유된 제품인지도 살펴야 한다. 프리바이오틱스란 유산균의 먹이로, 유산균과 함께 담았을 때 장내에서 유산균이 더욱 잘 생장할 수 있게 돕는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정한 프로바이오틱스 일일 권장량은 최대 100억 마리다. 과다 섭취 시엔 장내 가스 발생, 설사 유발 등의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