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성수일로에 있는 '소셜벤처 허브센터' 전경. /성동구

성동구에 스타트업이 몰려들고 있다. 구가 2017년 소셜벤처(사회문제 해결을 추구하며 수익도 올리는 기업) 지원을 위해 설립한 ‘소셜벤처 허브센터’ 덕분이다. 이곳에 입주한 24개 기업들은 매출이 작년에 비해 2배나 증가해 7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뛰면서 직원 수도 30% 늘었다.

비결이 뭘까. 이런 성장 배경에는 2017년 전국 최초로 소셜벤처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수년 동안 뒷바라지해온 성동구가 있었다. 성동구 소셜벤처팀 김선란 팀장은 “센터 입주사에 주변보다 저렴한 연 사용료와 관리비 면제 등의 혜택과 기업의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며 “성장 가능성과 사회문제 해결 능력을 심사해 입주기업을 선정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탄생한 기업이 친환경 운동화로 이름을 알린 ‘LAR’과 빠른 배달로 승부하는 간편식 업체 ‘위허들링’이다.

◆'친환경 운동화’로 새 바람… ‘LAR’

'LAR'의 친환경 운동화. /LAR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남동 구찌 매장을 방문하면서 신은 운동화가 화제로 떠올랐다. 명품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이 운동화는 9만7000원짜리 친환경 운동화였다. 친환경 소셜벤처 ‘LAR(LOOK AROUND)’이 버려진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만든 것이다.

이 ‘신동빈 운동화’를 만든 LAR이 바로 소셜벤처 허브센터 출신이다. LAR 계효석(33) 대표는 “2018년 12월 직원도 없이 입주해 2년반 동안 기업 가치가 300배 성장했고 직원도 7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계 대표는 “첫 매장을 내면서 지난해 6월 사무실을 옮겼는데, 사무실, 인건비, 제품 개발비는 물론 정부 및 대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네트워킹을 마련해준 성동구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LAR의 운동화는 99% 친환경이면서 가볍다. 디자인은 복잡한 패턴이나 화려한 무늬가 없어 차분한 느낌이다. 바로 이런 깔끔함이 오히려 MZ세대를 사로잡았다. 온라인 마켓에서는 “예뻐서 샀는데 친환경 제품인지 나중에 알았다”는 댓글이 적지 않다. 여기에 최근 기업에 부는 ‘친환경 바람’이 LAR에 큰 도움이 됐다. 롯데케미컬 EGS펀드로 투자를 유치하며 지난해 11월 잠실 롯데백화점에 팝업 매장을 연 것이다. 이후 성동구 서울숲길에 정식 매장을 오픈하며 LAR은 ‘친환경 운동화’의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계효석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친환경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음식구독계의 다크호스… ‘위허들링’

점심구독 서비스 '위잇딜라이트'의 간편식. /위허들링

위허들링이 운영하는 ‘위잇딜라이트’는 간단한 샐러드부터 덮밥 등 요리까지 200여종의 음식을 2~3가지로 구성해 한 끼 6600원에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려는 20~30대 직장인들에게 호응이 높다. 2019년 소셜벤처 허브센터에 입주한 위허들링은 지난 2년간 1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위허들링 배상기 대표(50)가 말하는 위잇딜라이트는 일반 음식구독 서비스와는 달랐다. 배 대표는 “위잇딜라이트는 단 한끼라도 신속히 배달할 수 있는 유통망을 갖추면서 배송비도 대폭 줄였다”고 했다. 위탁배송이 아닌 자체 물류 기반의 직배송 시스템으로 비용을 낮췄다는 것이다. 제조사에 부담이 고스란히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식품제조사의 상품을 정가에 매입하고 판매 촉진비 등 수수료를 일절 부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나온 가격이 배송비 없는 6600원이다.

2020년 5월 첫 선을 보인 위잇딜라이트는 서울 강남권 오피스 일대에 하루 20인분 배송을 시작으로 매월 급성장해왔다. 2019년 5000만원이었던 매출액은 작년 50억원을 돌파했다. 100만인분이 훌쩍 넘는 도시락이 배달된 셈이다. 고객들의 입소문이 주효했다. 신규 고객의 60%가 지인 추천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위잇딜라이트는 현재 서울 15개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는 배송 가능 지역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고 가격대도 다양하겠다는 계획이다. 배상기 대표는 “고비 때마다 성동구의 지원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면서 “입주기업간의 네트워킹이나 멘토링도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몸집이 커져 사무실을 종로로 옮기게 됐지만 성동구가 그리울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