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인권구조과 소속 오주은(2014년 변시 3회) 변호사는 평일 오전 9시쯤 법무부가 있는 과천정부청사 대신 서울 은평구청으로 출근한다. 그의 사무실은 구청내 법률 홈닥터 상담실. 이곳에서 법률상담을 원하는 주민들의 문의 전화가 아침부터 오후 6시 퇴근까지 이어진다. 코로나 확산 이후 방문상담이 어려워지면서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게 일상이 됐다.
오 변호사의 공식 직함은 ‘법률 홈닥터’이다. 법무부가 2012년부터 법적 도움을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제공하는 법률복지 서비스인 ‘법률 홈닥터’ 중 한 명이다. 현재 ‘법률 홈닥터’로 일하는 변호사는 총 65명으로 전국 지자체 등에 배치돼 법률상담을 하고 있다. 법률 홈닥터 채용 평균 경쟁율은 제법 높은 편. 법무부 관계자는 “급여보다 공익을 위한 일이라는 사명감을 앞세운 분들”이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2017년부터 5년 째 은평구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가 작년 한 해 처리한 건만 834건이다. 오 변호사는 “주민들이 상담을 요청하는 법률문제는 생활과 밀접한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채무문제나 임대차 관련 분쟁, 이혼·상속 상담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스스로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나 결혼이주여성, 독거노인, 가정폭력·학교폭력 범죄 피해자 등이 그를 많이 찾는다.
사회 취약계층의 법률 문제를 상담하다 보면 일반 법조인으로선 접하기 힘든 사례를 왕왕 겪는다. 오 변호사는 태어나자마자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채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의 사례가 기억난다고 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사실 신고 자체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수 년간 법률 홈닥터 여러 명이 힘을 모아 지자체장 직권 출생신고에 성공했어요. 한 아이를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는 가족과 단절된 채 홀로 고시원에서 살아가던 의뢰인도 떠오른다고 했다. 이 의뢰인은 부친에게 상속된 토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로도 선정되지 못한 채 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상속받은 토지 중 일부는 ‘도로’로 지정돼 처분도 불가능했다. 오 변호사는 “도로관리청을 상대로 도로점용로 상당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당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을 몇 날 며칠에 걸쳐 정리했다”며 “결국 의뢰인은 부당이득을 일시금으로 반환받고 장래의 임료도 매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해결되면서 의뢰인은 연락이 끊겼던 가족들과도 다시 만나게 돼 오 변호사에게 거듭 감사했다고 한다.
이처럼 의뢰인들은 법적 도움이 절실한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다.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어르신의 경우에는 오 변호사가 자택 인근 복지관이나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 사정을 듣기도 한다. 주민들은 “자기 일처럼 공감해주는 오 변호사가 고맙다”고 입을 모은다.
오 변호사는 수 년 전 한 의뢰인이 주고 간 감사편지 한 장을 아직도 가슴에 품고 다닌다고 했다. 편지에는 ‘무지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앞으로도 빛과 같은 존재가 되어달라’는 글이 적혀 있다. 그는 “많고 많은 변호사 중 한 명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빛과 소금’ 같은 변호사가 되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